이범호 “온 종일 닭가슴살만 뜯어요”

입력 2009-12-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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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 [스포츠동아 DB]

이범호는 지금 ‘살과의 전쟁’
“하루 종일 닭가슴살과 풀만 뜯어먹고 살아요.”

의지가 대단하다.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둥지를 튼 이범호(28·사진)가 마치 수도자처럼 금욕과 절제생활을 하고 있다. 일본프로야구를 정복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스스로 마련한 뒤 쉴 새 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우선 보통사람들로서는 흉내 내기도 쉽지 않은 식단이 눈에 띈다. 아침식사는 삶은 계란 3개(흰자)와 밥 반공기. 점심에는 밥 반공기에 닭가슴살과 야채만 먹는다. 저녁에는 아예 밥 없이 닭가슴살과 야채만 섭취한다. 운동선수이기에 식사량과 식욕이 남다를 수밖에 없지만 다른 음식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매일 이런 식사를 반복하고 있다.

“지인을 만나 식사할 때 맥주라도 한잔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김치 한 조각 먹고 싶어도 소금기 때문에 참는데 술은 무슨 술이냐”며 손사래를 쳤다. 그가 이같이 금식을 하는 것은 불필요한 지방질을 없애고 탄탄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다.

서울에 올라와 한화 시절 절친해진 두산 임재철(33) 집에 기거하고 있는 그는 양재동과 잠실 두 군데의 웨이트트레이닝 센터를 오가며 몸만들기에 매진하고 있다. 그리고 유연성 강화를 위해 수영도 훈련메뉴에 포함시켰다.

8일 한화 선수단의 ‘사랑의 연탄배달’ 행사에 참석한 그는 “내 얼굴 좀 보라”며 “반쪽이 되지 않았느냐”며 ‘꽃미소’를 지었다. 강훈련을 소화하면서도 식욕을 억제하다보니 몸무게가 벌써 3kg이나 빠졌다. 평소 95kg 안팎이지만 현재 92kg. 그는 “앞으로 몸무게를 90kg 정도까지 끌어내릴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예년 같으면 12월은 휴식 기간이었다. 그러나 나태함을 벗어던지고 벌써부터 고통스럽게 몸을 만드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1월에 전지훈련을 가기 때문에 긴 전지훈련을 소화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살이 빠지고 몸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일본은 2월 1일에 캠프를 시작해 캠프 기간이 짧다. 빨리 몸을 만들고 일본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만들기와는 별도로 일어공부도 시작했다. 개인교사에게 1주일에 3차례 가량 과외수업을 받는다. 주로 조용한 커피전문점에서 만난다고 한다. 9일 오후 전화통화를 할 때도 “일본어 배우러 가는 중”이라고 했다. 고된 훈련으로 몸은 피곤하지만 일본야구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언어부터 정복해야한다는 마음가짐이다.

“바짝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프로야구 진출로 성공한 것은 아니다. 일본야구를 이겨내야 성공하는 것이다.” 예상 밖의 대박계약을 이끌어낸 이범호. 예상보다 부지런하고 독한 의지를 품고 있다. 유순한 외모와는 달리 속이 꽉 찬 사나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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