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울고 갈 ‘홍성흔 레이니즘’

입력 2009-12-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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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 대신 방망이…“이 춤은 비도 못춰” 멋진 외모와 탁월한 춤실력, 빼어난 무대 매너에 관객을 사로잡는 포스까지. 비도 울고 갈 만했다. 롯데 홍성흔(가운데)이 백댄서들과 함께 역동적인 모습으로 ‘방망이 춤’을 추고 있다. 역시 홍성흔이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방망이춤 깜짝쇼 “역시 프로”
롯데 홍성흔은 뭘 시켜도 ‘야무지게’ 해낸다. 11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가수 비의 레이니즘의 안무를 ‘홍성흔 필’로 재해석해 선보였다.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벤트였기에 깜짝쇼라기보다 ‘얼마나 잘하나, 한번 보자’라는 호기심 어린 시선이 주류여서 부담될 법도 했건만 큰 실수 없이 거사를 치렀다.

비의 안무 도구인 지팡이를 방망이로 바꿔서 펼치는 실험적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의상과 헤어스타일도 파격적이었다. 확인 결과, 홍성흔은 10일 밤 호텔에서도 댄스 연습을 했단다. 11일 공연을 앞두고도 리허설을 거듭해 ‘흉내만 내는’ 수준을 능가하는 진지함으로 임했다.

심지어 비의 스타일과 맞추기 위해 체중까지 3kg을 뺐다. 원래 레이니즘 댄스는 팬 클럽행사 때 처음으로 선보였다. 그런데 골든글러브 방송 중계팀이 이 동영상을 입수한 뒤, ‘그림이 괜찮다’고 판단해 정식으로 홍성흔에게 공중파 생중계 무대에서 공연해줄 것을 요청했다. 홍성흔은 “나이 서른 넷에 무슨 짓이냐?”고 망설였지만 부인 김정임 씨가 적극 추천했다.

더 나아가 김 씨는 평소 친분 있는 유명 안무가 홍영주 씨와 연결시켜 홍성흔의 댄스 교습을 부탁했다. 홍성흔 역시 홍영주 씨와 모르는 사이가 아닌데다 “댄서의 피가 흐른다”는 격려에 편승해 춤꾼에 도전했다. 지난 겨울 요가와 스트레칭을 병행해 좋은 결과를 얻었기에 유연성 훈련의 연장이라 생각했다.

 


여우 목도리를 어깨에 두른 의상과 다다이즘을 표현한 헤어스타일까지 “그것까지 따라하다간 죽을 것 같아서 노래만 빼고” 나머지를 최대한 비에 가깝게 해보려고 나름 노력했다.

이렇게까지 홍성흔이 진지했던 이면에는 그 나름의 프로에 관한 해석이 담겨있다. “야구인의 축제이니까” 팬들 앞에서 이런 파격적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도 프로선수의 의무라는 믿음을 갖고 있어서다.

공연 직후 지명타자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한 홍성흔은 “춤추고 상을 못 받았으면 창피할 뻔했는데 감사하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골든글러브를 수상해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말했다. 시상식 후 홍성흔은 “이제 야구인의 몸으로 돌아가 근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프로란 무엇인지를 새삼 일깨워준 홍성흔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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