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취 미궁에 빠진 히딩크 "러시아 대표팀 잔류 원해"

입력 2009-12-22 03:51:07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히딩크. [스포츠동아 DB]

"나는 러시아 축구대표팀을 계속해서 지휘하길 원한다."

러시아의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 이후 거취가 미궁 속에 빠진 거스 히딩크(63)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기술고문직을 거절하고 대표팀 감독을 계속 맡고 싶다고 주장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인터넷판은 22일(한국시간) "히딩크가 맨체스터 시티 감독직 제안과 카를로스 안첼로티 감독과 함께 첼시에서 기술고문으로 일하는 것 모두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히딩크는 지난달 19일 슬로베니아와 2010년 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0-1로 져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러시아 대표팀을 사임했다. 이후 러시아 측으로부터 계속 감독직을 유지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러시아를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지 못한 자괴감에 끝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히딩크는 "슬로베니아전에서 패한 이후 황폐함과 실망감은 엄청났다. 그 이후로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히딩크는 다시 러시아를 조련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나는 아직도 축구에 배고픔을 느끼고 감독을 계속 맡고 싶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잔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단, 최근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모든 스포츠협회 관리자들을 전문가로 교체하기로 하면서 현 협회장 비탈리 무트코가 퇴임통보를 받음에 따라 내년 2월 치러질 러시아축구협회장 선거의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2006년부터 러시아 대표팀을 이끌었던 히딩크는 무트코 회장과 관계가 그다지 매끄럽지 못했다. 러시아 축구협회가 축구환경 저변확대를 향상시키는 과정에서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히딩크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이유였다.

협회와 감독 간의 갈등을 원만하게 중화시켜 줄 인물로 첼시의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최측근인 세르게이 카프코브가 떠올랐지만, 카프코브는 러시아 축구협회장 선거 출마를 포기한 상태. 그 동안 히딩크에게 보수를 지불했던 카프코브는 "이제 축구협회에서 히딩크의 연봉을 책임질 것이다. 러시아 축구협회장 출마는 주위의 만류를 적극 수용해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프코브가 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할 경우, 히딩크는 유로2012 지역예선까지 러시아를 이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변적으로 첼시의 기술고문직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결국 히딩크 잔류의 열쇠는 카프코브가 쥐고 있는 셈이다.

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