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환의 그라운드 엿보기] 은퇴 선수들을 위한 ‘진로 프로그램’ 필요하다

입력 2009-12-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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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는 은퇴 후 어떤 삶을 살아갈까?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지도자 자리는 한정돼 있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 축구선수들의 평균 은퇴 시기는 조사된 것은 없지만 30대 전후가 일반적이다. 취직이나 새로 학업을 하기엔 쉽지 않은 나이다. 물론 스타 출신들은 현역 시절 억대의 연봉을 받아 여유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다고 유럽처럼 공제연금제도 등 은퇴선수들을 위한 지원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본인의 부단한 노력으로 사업가, 교수, 축구 행정가, 해설가 등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드문 사례다.

이런 현실에서 2002년에 설립된 일본의 J리그 산하 커리어 서포트 센터(Career Support Center)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이 센터는 선수들이 은퇴 후 삶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면서 나온 대책으로, J리그 명문인 도쿄 베르디 훈련캠프에서 개최됐다.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프로선수출신으로 성공적인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선배와의 교류회를 마련해 이들의 동영상을 상영한다. 여기에 북한대표 정대세가 라디오 DJ 인턴으로 보낸 화면도 있다. 또 커리어 서포트 센터장은 은퇴한 선수들이 수입이 없다는 이유로 직접 일본 곳곳을 방문해 진로상담과 취업을 돕고 있다. 취업을 원할 경우에는 서류작성, 면접방식 등을 소개하고 사업을 할 경우에는 음식점 등 각 분야에서 자리 잡은 J리그 선배들과의 연락을 주선해 주기도 한다. 이 덕분에 적지 않은 J리그 출신 선수들이 제2 인생을 설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7년에 은퇴한 선수 들 중 9명은 대학에 진학했는데, 이들은 “프로선수로 뛰어도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역시 학창시절의 공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올해 초중고 주말리그제를 실시했지만 여전히 운동선수들은 성적지상주의와 상급학교 진학의 목적으로 운동에만 매진하고 수업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분명 향후 사회에 진출할 때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스포츠를 전문으로 하는 학생들도 정상적인 커리큘럼을 통한 학교생활이 첫 번째이고, 팀에 소속된 스포츠 활동이 후순위다. 물론 고교나 대학 과정에서 팀 스포츠 활동을 하려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들은 초·중학교에서 우리처럼 많은 시간을 스포츠 활동에만 투자하지 않는다. 미국 고교에서는 학점 이수를 하지 못한 학생선수에게 특별레슨을 붙여 학점을 이수하게 도와준다. 이것이 미국의 학생선수 육성의 기본 방침이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초등 선수 6%%만이 프로로 진출하는 현 상황에서 주말리그제는 좋은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커미셔너 역할을 하고 있는 대한축구협회 또는 프로축구연맹에 은퇴 선수들의 취업과 진로를 돕는 시스템이나 부서는 하나도 없다. 은퇴 선수들은 유니폼을 벗은 그 날부터 남들보다 늦게 또 다른 치열한 경쟁에 도전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을 협회와 연맹을 중심으로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국축구가 양적, 질적으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대학교 사회체육학부 교수
인간의 내면은 무한한 잠재력으로 가득 차 있다. 성공의 열쇠란 내면의 잠재력을 빠르게 찾아
발전시키는 것이다. 축구에서도 현재의 결과 보다는 구체적인 축구발전의 잠재력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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