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JOY EPL]맨유, 성탄절엔 육상부 된다?

입력 2009-12-26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구단들의 크리스마스 이벤트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영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팬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는 프리미어리그의 각 구단들은 구단 차원의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열어 사회 환원 성격의 자선 행사를 벌이는가 하면, 선수들은 따로 열광적인(?) 파티를 열기도 했다.


팬-선수들 ‘산타 변신’ 달리기 대결


○맨유= 3년째 자선행사 ‘산타런’

맨유 구단은 팬들과 가족들을 초청해 산타 복장을 하고 올드 트래포드 근처를 달리는 이른바 ‘산타 런(Santa Run)’이라는 행사를 했다. 맨유의 자선기금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파운데이션(Manchester United Foundation) 주관으로 열린 이 행사는 맨유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6개 자선단체들과 함께 매년 참가자들을 모집한다. 구단 가족들이 달리기 행사의 첫 스타트를 끊고 약 2km를 달린 후, 본격적인 달리기 경주가 시작되고 참가자들은 5km를 달린다. 달리기가 끝난 뒤 스타디움 주변에서 크리스마스 캐롤을 연주하는 등 각종 행사가 열렸다.

달리기 경주에서 1위를 한 사람과 산타 베스트 드레서, 그리고 가장 많은 자선금을 낸 사람에게 상이 주어졌다. 작년 행사를 마친 맨유 파운데이션 회장 존 쉴은 “해가 거듭될 때마다 이 행사가 더 커지고 가치 있어지길 바란다. 우리는 매년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길 기다린다. 지역 학교 학생들부터 맨유 레전드까지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참여하는 사람들은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과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고 행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올해로 3주년을 맞은 ‘맨유 산타 런’에는 맨유의 레전드로 리저브 팀의 감독을 맡고 있는 솔샤르를 포함한 선수들이 파이널 경주에 참여해 분위기가 더욱 무르익었다는 후문. 올해에는 160여명이 참여했고 수익금은 모두 어린이 암 환자들에게 전달돼 사회로 환원됐다.


‘캡틴’ 제라드, 로커-환자 분장 화제


○리버풀= 크리스마스 선물 경매 & 가장무도회
리버풀은 크리스마스 선물 경매 행사를 열었다. 경매에 나오는 상품들로는 안 필드 스타디움 투어 상품권, 축구교실 상품권, 프리미어리그 티켓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멤버십, 경기장에 선수들과 함께 입장할 수 있는 기회, 경기장의 베니테즈 감독 자리에 앉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 VIP석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 등 팬들에게는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로 가득하다. 올해 경매행사는 9일 마감 됐으며 수익금은 모두 50여개의 소규모 자선단체나 기업체에 전달돼 이미 전문화된 기업들과의 연계를 주선하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다.

이 밖에도 리버풀은 선수들끼리 모여서 여는 가장무도회로 유명하다. 항간에 알려진 날짜보다 한참 지나 파티를 여는 등 평소와는 다른 이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는 파파라치들과 두뇌싸움을 벌이지만 늘 이기는 건 파파라치들인지라 선수들은 때론 ‘굴욕사진’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이 파티의 영웅은 다름 아닌 ‘캡틴’ 제라드다. 2006년 그는 빨간색 긴 머리 가발을 쓰고 가죽 장신구를 온 몸에 두른 로커로 깜짝 변신해 파티에 등장했다. 이 밖에도 제이미 캐러거는 스파이더 맨, AS로마로 이적한 욘 아르네 리세는 슈렉,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새미 히피아는 쾌걸 조로 분장을 해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겼다.

데일리 메일은 2007년 이들의 파티 사진을 본격적으로 보도해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영웅 제라드는 이 해 역시 기대에 부응하며 노인병 환자로 분장해 입에는 파이프를 물고 장애인용 스쿠터를 타고 등장해 파티의 베스트 드레서 영광(?)을 안기도 했다. 파티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누군가 허름한 복장으로 스쿠터를 타고 펍에 나타나 우린 모두 그가 장소를 잘못 찾아온 것이 아닌가 했다. 그리고는 곧 그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불쌍해보였다. 하지만 그가 제라드라는 사실을 깨달은 후 펍 안에 있던 모두는 놀람을 금치 못했다. 그것은 최고의 변장이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밖에도 토트넘으로 이적한 피터 크라우치는 펭귄으로, 샤를 이탕쥬는 오사마 빈 라덴으로, 레알 사라고사로 이적한 저메인 페넌트는 바니로 변장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리버풀의 또 다른 영웅 토레스는 아무런 변장 없이 평소 복장으로 파티에 나타나 파파라치들은 물론 파티에 참가했던 선수들도 매우 실망했다는 후문이다.


비밀 파티 즐긴 후 패배…감독 격분


○토트넘= 선수들 간의 몰래 파티

래드냅 감독은 현재 화가 많이 났다. 선수들이 감독의 허락 없이 더블린으로 가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벌이고 왔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12일 울버햄턴과의 경기가 있기 얼마 전부터 더블린으로 날아가 파티를 즐기고 런던으로 돌아와 경기를 치렀고 0-1로 패했다. 이후 맨시티와 블랙번과의 경기에서 모두 이기며 5위로 뛰어 오르긴 했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 래드냅 감독은 18일 선수들이 몰래 파티를 벌이고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21일 모든 선수들을 불러 훈계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수들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경기 결과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하지만 난 분명 파티를 여는 것에 반대했다. 그들이 나에게 묻지 않고 제 멋대로 행동했다는 사실이 실망스럽다”고 밝혔지만, 살인적인 경기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데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그냥 넘길 수 없었던 젊은 선수들의 하룻밤 일탈은 웃어넘길 수밖에 없는 해프닝이다.

맨체스터(영국) | 전지혜 통신원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