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서 연기자 변신 쥬니 “‘아이리스’ 튀는 의상 열에 아홉은 내 작품”

입력 2009-1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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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천재 프로그래머로 인기를 얻은 쥬니.그녀는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지 2년차가 되었다.

스모키 메이크업 등 과감한 패션 ‘눈길’ 해커역 소화 위해 손가락-뒤통수 연기
데뷔 성공 비결? 멈추지 않는 호기심 쉼없이 달려온 2년…휴식 필요없어요
“저 이제 백수인데 어떡해요.”

2년 내내 쉬지 않고 연기를 한 그녀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튀어나왔다. 천재 프로그래머로 출연했던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가 막을 내린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빨리 새 작품을 해야 한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연기자로 2년째를 맞은 쥬니의 연기 욕심은 대단하다. 지난해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시작으로 올해 8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국가대표’, 장나라 주연의 ‘하늘과 바다’에 이어 안방극장의 대작 ‘아이리스’까지. 장르를 바꿔가며 4편의 작품에 쉼 없이 출연했는데도 지치기는커녕 다음 출연작에 대한 기대가 앞선다.

“‘아이리스’ 촬영이 끝나고 소속사로 매일 출근해요. 매니저들에게 다음 작품은 어떤 걸 해야 하느냐고 물어보고 졸라도 봐요.”

쥬니는 ‘아이리스’에서 국가안전국 컴퓨터 프로그래머 양미정 역으로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정체를 모르는 킬러와 사랑에 빠지고 사랑이 깊어질 즈음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그녀의 최후는 안방극장의 화제였다.

‘아이리스’에서 쥬니의 상대역은 인기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탑. 극 중 그녀는 탑과 키스신도 소화했다.

“영화 ‘국가대표’에서 장난스럽게 뽀뽀하는 연기는 해봤는데 제대로 된 키스신은 ‘아이리스’가 처음이었어요. 어색하기보다 정신없이 촬영하다보니 약간 부담스러운 상황이 빠르게 지나갔어요.”

이 키스신을 찍은 후 쥬니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아이돌 스타 탑의 극성팬들이 강력하게 항의를 한 것이 쥬니의 죽음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쥬니.


“탑과 멜로 연기를 하고 난 후에 감독님이 ‘미정이가 죽어야 쥬니가 산다’고 말했어요. 처음엔 의미를 몰랐는데 키스 장면이 방송된 후 그 뜻을 깨달았어요.”

쟁쟁한 스타들 틈에서 그녀는 이처럼 주위의 관심을 꾸준히 이끌어냈다. 분위기가 무거운 정보국 안에서 미니스커트와 스모키 메이크업을 한 과감한 패션으로 시선도 끌어모았다.

화려한 극중 의상은 대부분 그녀의 아이디어였다.

“정보국이라는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개성을 드러내기가 어려웠어요. 저는 유난히 뒤통수와 손가락을 클로즈업하는 장면도 많았는데 뒤통수로도 연기를 했죠. 하하.”

‘베토벤 바이러스’에 이어 ‘아이리스’에서도 쥬니는 신인답지 않게 제 몫을 제대로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정작 쥬니는 “캐릭터가 처한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으면 연기가 나오지 않아 곤혹스러울 때가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앞으로 작품수가 늘어나면 모두 이해하고 넘어갈 수 없을 텐데 그 때가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라고도 했다.

이런 그녀에게 연기의 멘토가 되어준 사람은 ‘아이리스’에 함께 출연한 이병헌. 그는 쥬니의 고민을 듣고 “배우가 언제까지 현실에 개입하면서 연기할 수 없으니 일단 시작하고 나서 부족한 걸 채워가라”는 조언을 했다.

“불과 1년 반 전 만해도 시청자들은 저를 몰랐잖아요. 그러다가 4편의 작품을 연달아 했고 올해 영화 ‘국가대표’와 ‘아이리스’까지 대박이 났으니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아요. 내년에도 요즘 같다면 바랄 게 없죠.”

여성 록밴드 벨라마피아의 보컬로 음악을 먼저 시작한 쥬니가 낯선 연기에 도전해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건 사람과 촬영현장에 대한, 멈추지 않는 호기심 덕분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선배 배우들을 만나면 어렵기보다 친해지고 싶고 그 분들의 연기가 궁금해요. 아직 신인이라 연기에 대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저는 현장의 살아있는 분위기 속에서 배우는 연기가 좋아요.”

이해리 기자 golf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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