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페어러브’ 이하나 “난 외모만 잘난 사람 한 트럭 와도 싫다”

입력 2010-01-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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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혼자 북유럽을 여행하고 돌아온 배우 이하나는 “사랑에도 겁을 내는 성격은 아니다”고 말했다. 새 영화 ‘페어러브’에서 그녀는 50대인 배우 안성기와 세대를 뛰어넘는 사랑을 나눈다. 양회성 기자|yohan@donga.com

 최근 혼자 북유럽을 여행하고 돌아온 배우 이하나는 “사랑에도 겁을 내는 성격은 아니다”고 말했다. 새 영화 ‘페어러브’에서 그녀는 50대인 배우 안성기와 세대를 뛰어넘는 사랑을 나눈다. 양회성 기자|yohan@donga.com

내가 아니면 절대 모를 사랑 사람들의 마음 따뜻하게 해주는 보배가 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혼자 떠난 여행서 내 자신과 대화 영화 속 50대 노총각과의 사랑?
두려움 없어요, 새로운게 좋으니깐
배우 이하나는 ‘상위 1%’를 꿈꾸고 있었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즈음, 이하나는 “값지고 이상적인 1%의 위치가 있다”고 말했다. “보통 사람들이 건널 수 없는 다리를 뛰어넘은 뒤”에 “많은 사람을 따뜻하게 해주고 그들에게 보배가 되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는 꿈. 이하나는 새해를 그렇게 맞고 있었다.

그 첫 무대를 그녀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페어러브’(감독 신연식·제작 루스 이 소니도스)로 삼았다. 사랑이라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남자와 거칠 게 없어보이는 당돌함과 발랄함을 지닌 여자의 사랑. 남자는 자신의 전 재산을 들고 달아났다가 죽음 앞에 선 친구에게 그 딸을 보살펴주기로 약속한다. 여자의 나이 스물 다섯.

그렇다. ‘페어러브’는 50대 노총각(안성기)과 아직은 해야 할 것들이 많은 20대의 여자 (이하나)의 알콩달콩한 로맨스이다. 이하나는 “사랑을 시작하는 단계의 풋풋함”을 그린 이야기로 영화를 소개했다. 그런 점에서 영화의 제목은 기발하다. ‘사랑 안에서는 모두 같다’ 정도로 읽히는 제목에서 두 남녀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 카피를 실감케 한다.


- 캐릭터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겠다.

“대개 여자가 남자를 선택하는 데 우선 순위라는 게 있다. 나 역시 그런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외형적인 조건은 아니다. 정말 한 트럭 데려다줘도 아니다. 시나리오를 보며, 한평생 사랑이란 걸 몰랐던, 외로운 사람에게 내가 아니면 절대 모를 사랑을 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말이다.”


- 사랑에 적극적인 편인가.

“시작할 때에는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는 편이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잡지 못하기도 한다. 고백도 하지 못하고 잊혀질 때까지 짝사랑을 하기도 하고. 또 특별한 감정은 없지만 편한 마음으로 만나다 감정이 새겨지는 사람도 있다.”


- 혹시 사랑이 겁나는 건 아닌가.

“(웃음)아직은 아니다. 사랑에 겁을 내는 성격도 아니다. 그렇다고 저돌적인 것도 아니다.”


- ‘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온 편인가.

“음, 어떨까. 그랬던 것 같다. 문제는 함께 있는 순간에 달린 것 같다. 내가 좋아해도 함께 있는 순간이 순탄치 않으면 차라리 먼 발치서 지켜보는 게 좋지 않을까. 상대가 불편할 수 있으니까. 그건 내 행복이 아니다.”
이하나. 양회성 기자|yohan@donga.com

 이하나. 양회성 기자|yohan@donga.com



- ‘페어러브’에 담긴 사랑 이야기는 새롭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보다 미처 접해보지 않은, 새로운 게 좋다. 내가 하고 싶은 거나 내가 아니면 안 되는 것 말이다. ‘페어러브’는 사랑에 관한 고정관념을 배제하고 만든 것 같다.”


-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도 가질 법하다.

“두려움은 없다. 굉장히 재밌다. 얼마 전 혼자 북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외국에서 난 그저 평범한 여자일 뿐이다. 누구에게라도 말을 걸면 거침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 좋다. (아무래도 얼굴이 알려져) 너무 몸을 사리지 않았나 하는 느낌도 갖고 있었다. ‘날 평범한 사람처럼 대해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해왔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갖기도 했다. 최근에도 낯선 사람들을 만났는데 내 스스로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주문을 걸었다. 그런 과정들이 날 긍정적으로 치유한 것 같다.”


- 여행이 남긴 것도 그런 건가.

“여행은 나 자신과 나누는 대화다. 고독 속에 날 가두고 홀로 떠나는 여행은 비로소 나와 대화하게 한다. 내 자신과 만남을 갖고 싶었다. 잔가지가 베어지는 느낌을 갖게 됐다.”


- 잔가지란 무엇일까.

“솔직히 드라마 ‘트리플’과 음악 프로그램 ‘페퍼먼트’ 이후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매체를 통해 날 보는 많은 사람들이 삶의 활력소를 얻는다고 할 때 내 직업이 값지다고 자부해왔다. 하지만 ‘트리플’과 ‘페퍼민트’ 이후 내 손이 뻗을 수 없는 곳의 그 사람이 나로 인해 불편한 것 같았다. 좋은 프로그램들이었지만 역량 부족이었다는 후회도 하게 됐다. ‘페어러브’를 촬영하면서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수 있고 그들에게 보배가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려면 많은 걸 극복해야 한다. 값지고 이상적인 1%의 사람이 되려면 말이다.”


- 상당히 격식을 갖춘 말솜씨를 지녔다.

“그때그때 읽는 책에 따라 말투가 바뀐다.(웃음) 최근에는 가수 루시드 폴과 시인 마종기가 2년 동안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아주 사적인 긴 만남’을 읽었다. 단숨에 읽었다. 멋있더라. 읽어봐라.”


- 혹시 문학소녀였나. 전공은 실용음악인데.

“중학 시절 별명이었다, 부끄럽지만. 글을 잘 쓴다는 게 얼마나 힘든 걸 안다. 목도리와 모자를 걸치고 대형 서점에 자주 간다. 구석에 자리잡고 앉아 서점 안의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곤 한다. 그 음악들, 대체 누가 선곡하는 건지 너무 좋다. 하하!”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양회성 기자|yo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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