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팀 첼시와 잉글랜드 대표팀의 캡틴 존 테리(29)는 따뜻한 연말과 새해를 맞이하지 못한 듯 하다. 지난 연말부터 비자금 스캔들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지난 달 20일 영국의 타블로이드지 ‘뉴스 오브 더 월드’를 통해 불거진 ‘존 테리 비자금 스캔들’은 그의 개인 명예 손상은 물론이고 안첼로티 감독으로 하여금 첼시 클럽 전체의 걱정거리로 만들었다.
○영언론 “연습구장 투어 대가 1만파운드 챙겨”
사건의 요점은 존 테리가 유명한 암표상 토니 브루스(58)와 손을 잡고 선수 자신에게 접근 할 수 있는 기회와, 첼시 클럽에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돈을 받고 팔았다는 것이다. 뉴스 오브 더 월드의 알렉스 팔머 기자는 첼시 클럽 투어를 한번 시켜주는 대가로 존 테리가 받은 돈이 1만 파운드에 이른다는 구체적인 금액 제시는 물론 비밀리에 존 테리와 브루스와 만나는 장면까지 사진으로 포착해 스캔들 기사에 신뢰성을 더 했다.
뉴스 오브 더 월드의 3명 취재진들은 직접 고객으로 위장해 사건을 파헤치는 열의를 보였고, 첼시의 연습구장 투어를 시켜주는 대가로 존 테리와 브루스가 1만 파운드를 받아 갔다고 주장했다. 이 투어는 클럽이나 안첼로티 감독의 허가 없이 존 테리와 중간에서 밀매상 역할을 한 브루스에 의해 진행된 철저한 기밀 사항이었다. 고객들이 뉴스 오브 더 월드의 취재진이었음을 몰랐던 존 테리는 투어 진행에 열중했고, 첼시 연습 구장과 클럽의 구석구석을 구경 시켜줌을 물론, 때마침 편한 옷차림으로 휴식을 취하던 스타플레이어 드록바와 발락까지 소개 시켜줬다.
존 테리가 돈을 건네받은 곳은 다름 아닌 클럽 식당. 검은 주머니에 감춰진 1만 파운드는 먼저 브루스에게 전해졌고, 존 테리는 그 장면을 미소를 지으며 바라봤다고 한다. 그 가까이에는 안첼로티 감독이 아무것도 모른 채 식사를 하고 있었다고 취재진들은 전했다.
브루스는 고객으로 위장한 취재진들에게 첼시 클럽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일이 복잡해지니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고, 설령 클럽이 이를 알았다고 해도 존 테리가 이 일에 관련되었음을 밝혀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경고성 부탁을 했다고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취재진들이 몰래 비디오와 사진에 담았다. 이들은 테이프와 사진을 축구 협회와 첼시 클럽에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뉴스 오브 더 월드는 이 후에도 존 테리가 비슷한 성격의 투어를 세 개 정도 더 진행 했다고도 주장했다.
○첼시 안첼로티 감독 “존 테리 믿는다”
존 테리의 비자금 스캔들에 대한 안첼로티 감독과 축구 협회의 반응은 상반됐다. 안첼로티 감독은 “존 테리가 어떠한 비밀 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확고한 태도를 보이며 존 테리 측에 섰지만 축구 협회의 임원진들은 “잉글랜드의 캡틴이 이런 당황스러운 사건에 휘말린 것이 유감이다”고 밝혔다.
첼시 측은 “존 테리가 돈을 요구 했거나 받은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보인 반면, 사건의 장본인 존 테리 자신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는 안첼로티 감독을 찾아가 “뉴스 오브 더 월드의 카메라에 담긴 장면은 그냥 미팅이었을 뿐이다. 어떠한 돈도 받은 적이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안첼로티 감독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뉴스 오브 더 월드의) 기사는 사실이 아니다. 나는 그 비디오가 전혀 흥미롭지 않고 보고 싶지도 않다. 나의 캡틴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첼시 클럽과 다른 동료들에게 훌륭한 캡틴이다. 그는 어떠한 잘못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첼시 구단이 뉴스 오브 더 월드에 대한 법적인 입장을 취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뉴스 오브 더 월드 측에서 존 테리가 돈을 받은 장소라고 주장하는 클럽 식당의 감시 카메라는 살펴 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위장까지 감행했던 타블로이드 기자들의 끈질긴 추적이 과연 사실일지, ‘그런 일은 전혀 없다’는 첼시 클럽의 입장이 사실인지는 두고 봐야 알 일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존 테리 개인의 명예가 실추되었음은 분명하다. 다가오는 월드컵을 앞두고 잉글랜드 캡틴으로서 손상된 명예와 위상의 회복이 시급해 보인다.
맨체스터(영국) | 전지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