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맥과이어, 계산된 고해성사

입력 2010-01-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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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은퇴한 강타자 마크 맥과이어는 2005년 3월 17일 의회 청문회에서 스테로이드와 관련된 질문에 “나는 이곳에 과거를 얘기하러 나온 게 아니다. 긍정적인 주제를 말하러 온 것이다”라고 답변을 회피했다. 이 발언은 미 전역으로 생생히 중계됐다. 맥과이어의 몰락은 이 발언과 함께 시작됐다. 비겁한 홈런타자로 낙인 찍힌 것이다.

1987년 키만 크고 가냘픈 몸매에서 49개의 홈런을 때렸던 맥과이어가 1998년 로저 매리스의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홈런기록(61개)을 경신하며 70홈런을 작성했을 때는 몸매가 풋볼선수를 연상케 했다. 팬들과 기자는 맥과이어가 은퇴를 한 터라 스테로이드 복용을 시인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는 엉뚱한 답변으로 전 미국을 실망시켰다.

은퇴 후 5년이 경과되면 후보 자격을 얻는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맥과이어의 몰락은 그대로 드러났다. 2007년부터 올해 투표까지 단 한번도 25%%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맥과이어는 통산 584홈런을 기록했다. 스테로이드 시대 전에 500홈런은 명예의 전당 보증수표였다.

올해 1월 12일 맥과이어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스테로이드 복용을 인정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0년 동안, 1998년 홈런 신기록을 수립할 때도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고 털어 놓았다. 특히 1993년 부상 이후 7차례나 부상자명단에 오르면서 빠른 회복을 위해 복용했다고 밝혔다. 맥과이어는 스테로이드 외에도 인간성장호르몬(HGH)도 복용했음을 시인했다.

성명서를 통해 “스테로이드를 절대 손에 대지 말았어야 했는데 바보 같은 짓이었고 실수를 했다. 과거를 돌아보며 진심으로 사과한다. 스테로이드 시대에 야구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뉘우쳤다. 이날 미국의 톱뉴스는 맥과이어의 스테로이드 복용 인정과 뒤늦은 사과였다. 버드 셀릭 커미셔너도 맥과이어의 약물복용 인정을 높이 평가하며 “야구가 스테로이드 시대를 마감하고 약물없는 깨끗한 시대가 됐다”고 자평했다.

맥과이어가 이날 사과를 한 이유는 2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튈 불똥을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다. 맥과이어는 청문회 사건 이후 은둔생활을 하며 지냈고 지난해 토니 라루사 감독으로부터 세인트루이스 타격코치로 임명됐다.

맥과이어는 야구계 복귀를 앞두고 약물복용 고해성사를 했다. 다음번에는 누가 고해성사를 할지, 스테로이드 시대는 완전히 종료된 게 아니다. 스테로이드 시대의 최다 홈런 기록보유자 배리 본즈(762), 새미 소사(609)는 여전히 약물복용에 시치미를 떼고 있다.

LA | 문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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