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김연아 4대륙 대회 불참 ‘이유있는 선택’

입력 2010-01-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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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는 예정대로 전주 4대륙피겨선수권에 출전하지 않는다.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최상의 결과를 내기 위해 오래 전에 내린 결정이다.스포츠동아DB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풋볼게임에는 부상이 많다. 따라서 부상관리가 철저하다. 감독이 선수의 부상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을 경우 프로는 북미풋볼리그(NFL)로부터 벌금과 함께 징계를 받는다. 최근 텍사스 공대의 감독은 와이드리시버가 경기 도중 뇌진탕 증세를 일으켰는데 휴식을 주지 않고 선수에게 훈련을 강요한 게 적발돼 해고됐다.

NFL은 1970년대 정규시즌 14경기를 치렀다. 요즘은 16경기다. NFL 팀 가운데 전승을 거두며 슈퍼볼을 차지한 팀은 1972년 마이애미 돌핀스가 유일하다. 당시 멤버들은 해마다 한차례씩 모임을 갖고 전승을 축하할 정도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올 시즌 뉴올리언스 세인츠와 인디애나폴리스 콜츠가 전승행진을 벌인 바 있다. 그러나 세인츠가 시즌 13차전에서 댈러스 카우보이스에게 일격을 당해 전승의 꿈이 사라졌다. 콜츠도 지난달 28일(한국시간) 시즌 14차전에서 뉴욕 제츠에게 15-29로 패해 역시 전승 도전에 실패했다. 콜츠는 정규시즌 14승2패로 마감했다. 문제는 콜츠의 패배가 사실상 의도적이었다는 점이다. 덕분에 제츠는 와일드카드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어부지리를 얻었다.

전력상 콜츠가 제츠에 질 수 없는 경기였다. 홈구장의 이점을 안고 있고, 콜츠에는 당대 최고의 쿼터백 페이턴 매닝이 건재하다. 콜츠의 짐 콜드웰 감독은 3쿼터 초반 15-10으로 앞서자 쿼터백 매닝을 비롯해 주전들을 모두 뺐다. 플레이오프에 대비한 주전들의 부상방지 차원이었다. 콜츠는 주전들의 부상이 많다. 루카스 오일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6만8000여명의 관중은 콜드웰 감독에게 심한 야유를 퍼부었다. 팬들은 전승 달성을 감독이 비겁한 방법으로 포기했다고 비난했다. 다음날에도 콜드웰 감독은 여론의 도마에 올라 뭇매를 맞았다.

콜드웰 감독이 주전들을 몽땅 뺀 이유는 간단하다. 주전들의 부상으로 슈퍼볼 우승을 거두지 못하고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할 경우 정규시즌 전승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4일 휴스턴 텍산스와의 최종전에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10승6패)는 현역 최고의 와이드리시버인 웨스 웰커의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큰 손실을 입었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이미 확정된 패트리어츠로서는 공연히 웰커를 출장시켜 전력에 큰 구멍이 뚫렸다. 빌 벨리칙 감독은 의미 없는 경기에 왜 웰커를 출장시켜 부상을 당하게 했느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콜츠와 대조를 이루는 장면이다.

밴쿠버동계올림픽 한국의 희망 김연아가 결국 1월 25일 전주에서 벌어지는 2010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4대륙대회와 4년을 기다린 올림픽과는 불과 2주일 간격이다. 일정에 무리가 있다. 피겨도 항상 부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경기다. 이 대회 출전 여부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좌우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NFL의 콜츠 역시 주전들에게 휴식을 줬다고 슈퍼볼 우승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큰 경기를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한 뒤 최선의 플레이를 하는 게 지도자와 선수가 할 일이다.

LA | 문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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