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박찬호 계약 타이밍이 좋지 않아서...

입력 2010-01-19 15: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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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호. 스포츠동아DB

무엇이든 때가 있게 마련이다.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프리에이전트(FA)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월드시리즈가 끝나고 FA를 선언할 때만해도 단박에 경쟁력있는 팀으로 영입될 것 같았던 박찬호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스프링캠프 30여일을 앞두고 박찬호는 아직도 새로운 둥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 타이밍이 나쁘다. 2001년 11월 LA 다저스에서 FA를 선언했을 때는 모든 게 박찬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당시 FA 시장에서는 에이스급 투수가 없었다.

현재 전 세계는 경제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불황이다. 널려있는 게 실업자다. 스포츠의 모든 지수들이 하락하고 있다. 관중 감소는 물론이고, 심지어 라스베이거스 스포츠 베팅도 한 해에 46억달러 거래에서 12.3%나 하락했다. 요즘 NBA 관중석을 보면 몇몇 팀을 제외하고는 빈자리가 두드러진다. NBA 챔피언 LA 레이커스의 경우 시즌티켓을 구입한 팬들도 장기주차권은 구입하지 않을 정도로 미국 경제 불황의 그림자는 스포츠에도 짙게 드리우고 있다.

메이저리그 FA들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FA 시장은 예년에 비해 대형계약이 없는 편이다. 1억달러 이상 계약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맷 할러데이(7년 1억200만달러)가 유일하다.

사실 구단이 긴축예산을 운영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게 고만고만한 선수들이다. 전력의 핵심선수는 어쨌든 필요하지만 백업, 불펜요원은 당장 피해가 돌아간다. 박찬호 역시 전력의 변수는 아니다. 마무리투수였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불펜투수는 대체 선수를 찾기 쉽다.

실제 필라델피아가 박찬호에게 제시한 연봉 300만달러는 시장가격에 견줘 낮은 액수가 아니었다. 19일(한국시간) 연봉조정신청을 피해 텍사스 레인저스와 1년 계약을 체결한 좌완 C J 윌슨의 오른 연봉이 310만달러다. 윌슨은 지난해 셋업맨 마무리로 뛰며 74경기에 등판해 5승6패 14세이브 방어율 2.81을 마크했다.

아직도 FA 미계약자는 103명에 이른다. 박찬호와 경쟁상대인 불펜투수도 여전히 많다. 현재로서는 브라이언 새비언 단장도 직접 거론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여러가지 면에서 매력적이다. 그러나 자이언츠도 돈을 많이 쓸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 당장 발등의 불이 연봉조정신청을 낸 사이영상 수상자 팀 린스컴의 연봉 인상이다. 1000만달러 이상을 올려줘야 한다는 게 야구계 시각이다. 지난해 연봉은 65만달러였다.

현재 각 구단은 연봉조정신청자들 계약이 시급하다. 20일은 선수와 구단이 연봉액을 서로 교환하는 날이다. 박찬호의 계약은 당장 성사되기가 쉽지 않다.

LA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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