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스포츠] ‘1번 농사’ 흉년…클리퍼스의 한숨소리

입력 2010-01-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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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스포츠 LA클리퍼스 ‘드래프트 악몽’의 끝은?
팀 10년 미래 위해 선택한 ‘그리핀’…시범경기서 무릎부상 결국 시즌 끝
70년이후 세번의 1번지명 다 실패?…만년하위 클리퍼스 또 우울한 시즌
프로 종목에서 신인의 전력이 큰 변수가 되지않는 게 야구와 아이스하키다. 농구와 미식축구는 우수한 신인이 전력에 큰 보탬을 준다. 특히 NBA의 경우 드래프트 상위 10번까지는 즉시 전력감이다. 드래프트 전체 1번은 10년을 좌우하는 전력의 변수가 된다. 샌안토니오 스퍼스 팀 던컨(97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르브론 제임스(2003년), 올랜도 매직 드와이트 하워드(2004년)등이 전체 1번으로 지명돼 팀을 바꾼 대표주자들이다.

NBA 팀의 전력보강 우선 순위는 드래프트다. 샐러리캡이 걸림돌이어서 드래프트와 트레이드가 전력보강의 열쇠다. 역대 NBA 우승팀의 슈퍼스타들 마이클 조던(시카고 불스), 래리 버드(보스턴 셀틱스), 매직 존슨,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 등은 드래프트 선수들이다.

LA 클리퍼스는 2009년 전체 드래프트 1번 지명으로 오클라호마 대학 2년을 마치고 프로를 선언한 파워포워드 블레이크 그리핀(21)을 뽑았다. 208cm, 114kg의 체격조건을 갖춘 그리핀은 클리퍼스의 구세주로 보였다. 대학시절 최고의 선수였던 그리핀은 NBA 시범경기에서도 슈팅, 리바운드, 골밑돌파 등 파워넘치는 플레이로 1번지명다운 기량을 과시했다.

그러나 시범경기 막판 무릎을 다쳤다. 시즌 개막 전열에서 빠졌지만 클리퍼스는 베테랑 포인트가드 배런 데이비스와 센터 크리스 케이먼이 정상적인 기량을 발휘하면서 겨우 버텼다. 클리퍼스 팬들은 그리핀이 복귀만 하면 플레이오프 진출도 가능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클리퍼스 구단은 지난 14일(한국시간) 재활 프로그램에 맞춰 복귀를 눈앞에 뒀던 그리핀이 ‘시즌 끝’ 무릎수술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클리퍼스는 1970년 이후 지난해 그리핀을 포함해 전체 1번 지명을 3차례 뽑았다. 하지만 클리퍼스는 1번 지명자를 중심으로 전력을 강화하는데 사실상 실패했다. 88년 1번 지명자는 NCAA 우승 주역 대니 매닝(캔자스)이었다. 매닝은 클리퍼스에서 5년 뛰는 동안 두차례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게 전부다. 98년에는 퍼시픽 대학의 213cm 센터 마이클 올라와콴디를 지명했다. 올라와콴디는 NBA 드래프트 사상 최악의 1번 지명 거품으로 끝났다.

그리핀도 시즌 끝 부상을 당한 터라 제 2의 매닝, 제 2의 올라와콴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실제 전문가들은 지난해 10월26일 시범경기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그리핀은 덩크슛 후 착지 불안정으로 무릎을 다쳤는데 이 정도에 부상이라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르브론 제임스의 경우 숱한 덩크슛을 하지만 불안정한 착지에서 한번도 부상이 없었다고 지적한다.

LA 레이커스와 한 지붕 두 가족인 클리퍼스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홈코트도 스테이플스센터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레이커스는 NBA 정상을 16차례나 차지한 명문 팀이지만 클리퍼스는 1970년부터 지금까지 플레이오프 진출 7차례가 전부다. 콘퍼런스 결승전 진출도 못해본 만년 하위팀이다. 구단의 재정이 취약해서가 아니다. 구단주 도널드 스털링은 남 캘리포니아의 부동산 재벌이다. LA에서는 그의 땅을 밟지 않고 지나다닐 수 없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땅부자다. 그런데 구단 투자에는 매우 인색하다. 게다가 유능한 단장을 확보하지 못해 해마다 전력보강에 실패하고 있다. 현재 마이크 던리비 감독이 단장직도 함께 유지하고 있다.

만년 하위팀이지만 LA에는 클리퍼스의 팬들도 꽤 많다. 언제쯤 팬들의 기대를 채울 수 있을지 그리핀의 시즌 끝 부상이 그래서 더 우울하다.

LA |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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