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동균 KBO 경기운영위원, 김동광 KBL 경기이사. 스포츠동아 DB
윤동균-김동광 35년전 대작 전설
지금으로부터 35년 전, 농구와 야구의 최고수가 제대로 붙었다. 종목은 음주. <폭탄토크>의 3번째 이야기는 김동광(57) 한국농구연맹(KBL) 경기이사와 윤동균(60)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운영위원의 대작 전설이다.
70년대 실업스포츠의 황금기. 김동광과 윤동균은 기업은행 농구부와 야구부에서 출중한 기량뿐 아니라 술 실력으로도 이름을 날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 판 붙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농구부에서는 김동광과 문영환. 야구부에서는 윤동균과 유태중이 선발출전. 야구부의 정진구(62) 현 한국여자야구연맹부회장이 심판으로까지 동원된 진검승부였다. 오후 6시 퇴근과 동시에 기업은행 본점이 있던 명동의 한 술집에서 대결이 시작됐다. 소주병은 쌓여만 가고…. 시계는 어느덧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문영환과 유태중의 눈빛은 이미 흐릿해졌다.
“이제 곧 통금이니까 자리를 옮기자.” 이태원에 여관을 잡고, 패잔병 둘을 밀어 넣었다. 세 사람은 통금시간에도 마음껏 술을 먹을 수 있는 나이트클럽에 진을 쳤다. 위스키에 콜라를 타서 벌컥벌컥. 멀뚱멀뚱 있기가 심심해, 심판도 한두 잔을 받아먹었다가 속을 게워냈다.
어느덧 새벽4시. 통금은 풀렸지만, 여전히 승부는 오리무중. 짙은 새벽안개를 뚫고 장충동 해장국집으로 향했다. 소주 몇 병으로 속을 풀다가 두 고수는 결국 너털웃음을 짓고 말았다. “오늘은 무승부로 하고, 다음에 다시 승부를 가리자”는 약속. 셋은 회사 앞 사우나에서 정신을 차리고, 오전 9시에 정확히 출근했다.
다음 날 오후. 쓰린 속을 부여잡던 정진구 부회장은 코트에 선 김동광을 보게 됐다. 아뿔싸. 마침 중요한 경기가 있었던 것. 하지만, 숙취란 김동광의 반대말이었다. 에이스의 활약에 힘입은 기업은행의 완승. 그 이후 윤-김의 재대결은 35년간 미뤄졌다. 정진구 부회장은 “조만간 셋이 한번 뭉쳐서 다시 승부를 가리겠다”며 웃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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