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올해 유니폼을 새롭게 디자인하면서 로고와 엠블럼도 교체했다. 유니폼의 디자인을 교체하는 것은 구단의 고유권한이고 나름대로의 생각에 의해서 이루어진 일이니 왈가왈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프로야구 구단이, 유니폼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에 대해서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프로구단의 유니폼은 디자인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디자인은 매년 바꾸어도 무방하다. 문제는 ‘색깔’이다. 두산의 새로운 유니폼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색깔에 있다. 두산과 빨강은 전혀 연관성이 없다. 프로구단에게 색깔은 팀 정체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삼성의 파랑, SK의 빨강, LG의 스트라이프는 이제 팀의 색깔을 규정하고 있다. 디자인은 두 번째 문제인 것이다. 뉴욕 양키스의 핀스트라이프가 최고로 세련되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그것이 뉴욕 양키스를 상징하는 것이다. LA 다저스의 파란색 유니폼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롯데와 한화의 상징인 오렌지, KIA의 빨간색은 완전히 정착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롯데의 경우 팀 상징 색깔은 오렌지색이나 유니폼은 한때 일본의 지바 마린스를 벤치마킹 한 관계로 정체성에 혼란이 생겨나고 있다.
팀의 전통적인 유니폼 색깔은 영구적이어야 한다. 구단 상품도 팀의 상징 색깔에 바탕을 두고 제작되는 것이 합당하다. 롯데의 2009시즌 유니폼 등 상품 판매액이 36억원으로 2008시즌 18억원의 두 배를 기록했기 때문에 팀 색깔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못할 수도 있지만, 지속적인 판매증가를 위해서는 팀을 상징하는 색깔을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 팀의 색깔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확장상품을 제작할 때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 두산 또한 마찬가지다. 이번에 유니폼을 교체하면서 선명하게 드러나는 빨간색을 어떻게 구단상품에 연결시킬 것인가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미래에는 중요한 화두로 다가올 수 있다.
야구 기념품을 수집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필자의 연구실에는 야구와 관련된 다양한 기념품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995년 LA 다저스에서 받은 파란색 배트와 재작년에 선물 받은 테네시대학의 오렌지색 병따개다. 둘 다 기념품에서 그 팀의 상징 색깔이 그대로 묻어난다. 팀을 상징하는 색깔은 구단의 고위층이 임의대로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역사 속에서 형성된 색깔은 그 팀의 과거와 현재를 운명적으로 규정한다. 구단에 대한 로얄티가 궁금하다면 팬들에게 물어보라. 혹시 우리 팀을 상징하는 색깔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모른다고. 그렇다면 아직 갈 길이 구만리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