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토크] 핸드볼 신화 윤경신, 짠하면 원샷!…독일 술판 평정

입력 2010-01-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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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하면 원샷! 독일 분데스리가를 평정한 ‘핸드볼 영웅’ 윤경신. 그는 한국의 주도(酒道)를 독일 굼버스바흐 동료들에게 전파하기도 했다.스포츠동아DB

분데스리가 캡틴시절 한국형주도 전파
취하면 369게임…선수들 정신 못차려


보통 농구인들은 술을 잘 마신다고 한다. “장이 길어서”라는 우스갯소리가 덧붙는다. 그렇다면, 농구인이 아니더라도 키가 크면 술이 셀까? <폭탄토크> 2번째 주인공은 ‘한국남자핸드볼의 신화’ 윤경신(37·두산)이다.

조직력으로도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윤경신은 203cm의 파괴력으로 날아오른다. 국가대표 골키퍼 강일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옥상에서 때리는 대포.” 1995년 12월 독일 굼머스바흐에 진출한 윤경신은 2008년 7월 국내무대 복귀까지 분데스리가 최다득점(2905골)과 통산8회 득점왕의 금자탑을 세웠다.

낯선 독일 생활. 처음에는 동양인에 대한 편견도 심했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친화력과 리더십으로 독일 진출 5년 만에 주장완장을 찼다.

10년차 최고참이 됐을 때의 일이다. 시즌 종료 후 파티. 윤경신은 벌컥벌컥 잔을 비우며 코트 밖에서도 화끈한 대포를 날렸지만, 동료들은 맥주 한 병을 가지고 홀짝홀짝 소총을 쏠 뿐이었다.

답답한 마음의 캡틴이 일침을 가했다. “야, 이제 다 ‘짠’하면 ‘원 샷’이야.” 그의 말에 반기를 들 선수는 없었다. 한국의 주도(酒道) 덕분에 질질 끌던 술자리는 속전속결. 곧이어 집 채 만한 선수들도 비틀비틀 거렸다.

윤경신은 이어 ‘369’게임을 전수했다. 몽롱한 정신 상태의 동료들은 실수를 연발했다. 윤경신의 핸드볼 실력에 놀랐던 유럽선수들은 술 실력과 게임 실력에 또 한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굼머스바흐에서 윤경신은 용병이 아닌, ‘큰 형님’ 이었다.

어느덧 30대 후반의 나이. 하지만 몸 관리가 철저한 윤경신은 2010SK핸드볼큰잔치에서 변함없는 기량을 뽐내고 있다. 시즌 중에는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다. 19일에는 인천도시개발공사와 결승 격돌. 윤경신은 그 당시를 추억하며 “걔네가 지금도 369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며 미소 짓곤 한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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