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에서 타자로, 그리고 다시 투수로 ‘핑퐁인생’을 살아온 LG 김광삼이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사이판 수수페구장에서 사이드피칭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LG 트윈스

투수에서 타자로, 그리고 다시 투수로 ‘핑퐁인생’을 살아온 LG 김광삼이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사이판 수수페구장에서 사이드피칭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LG 트윈스


투수 → 타자 → 투수…‘핑퐁인생’ 마지막 승부!
넘치는 재능 만큼 끊임없던 시련
투수 꽃피울 즈음 부상으로 좌절
재활중 타자전향 또 부상에 눈물
서른에 돌아온 마운드“다시 시작”


LG 김광삼(30)이 다시 공을 잡았다. 그리고 마운드에 섰다. 투수에서 타자로, 그리고 다시 투수로 뒤바뀌는 얄궂은 운명. 하늘은 그에게 천부적인 자질을 선물했지만, 신은 그에게 핑퐁인생의 시련을 안겼다.


○의지와 상관없이 입문한 투수

1999년 그가 입단하자 LG 코칭스태프 사이에서는 싸움이 붙었다. 첫인사를 위해 방망이와 글러브를 들고 구장에 나타난 그에게 정삼흠 투수코치는 “방망이는 이제 필요 없다. 갖다버려라. 이제부터는 투수만 생각하라”고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용달 타격코치는 “무슨 소리냐. 타자로 더 클 재목이다”며 반대했다. 천보성 감독은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리고 코칭스태프 회의를 했다. 결국 투수력이 떨어지는 팀 사정 때문에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프로인생을 투수로 시작했다.


○시련, 투수→타자→투수

상무 제대 후 2003년 7승, 2004년 8승, 2005년 7승으로 가능성을 보였으나 2006년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고 말았다. 2006년 말 재활훈련에 매달리고 있을 때 김용달 타격코치의 조언으로 타자로 변신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대전 2군경기 때 홈에서 슬라이딩을 하다 왼 무릎 인대가 파열됐다. 그에게 재능만큼이나 많은 시련이 불어닥쳤다. 지난해 9월 주위 권유로 다시 투수로 돌아섰다.

어느덧 프로 12년째. 남들은 그를 두고 마운드와 타석을 오가느라 시간만 허비했다고 하지만 그는 “성공으로 가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었을 뿐, 아직 실패한 야구인생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타자로 도전했던 2년이 아깝기는 하지만 그런 생각은 안 하려고 해요. 야구뿐 아니라 사회에서 사업을 하든 뭘 하든 누구나 실패도 하고 시행착오도 겪는 것이잖아요. 저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려고 해요. 2년간 잘 펴지지도 않던 팔이 이젠 펴졌어요. 지난해 말부터 진주캠프, 사이판 마무리훈련을 하면서 공을 던졌는데 아프지도 않아요. 제겐 소중한 2년이었어요.”


○마지막 승부 ‘이제부터 시작’

그는 현재 몸상태가 70%% 가량 올라왔다고 했다. 사이판 전지훈련에서 피칭을 해도 팔에 전혀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젠 더 이상 왔다갔다하는 일은 없어야죠. 여기서 일어서지 못하면 마지막이잖아요. 제가 다시 투수로 변신한다니까 ‘과연 될까’라는 의심을 많이들 하시지만 다른 사람이 걱정하는 것만큼 불안하지 않아요. 우선 올해 팀내 경쟁에서 살아남고, 반드시 투수로 성공해 이젠 떳떳해지고 싶어요. 올해 서른 살인데, 남들은 성공하기에 늦은 나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저는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