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사운드오브뮤직’.
영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줄리 앤드루스(마리아 역)가 춤을 추기보다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압도적으로 많다.
과연 ‘사운드오브뮤직’을 발레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호기심이 일었는데 막상 극장에서 보니 ‘그렇군’하고 수긍할 수 있었다.
1월 31일 노원문화예술회관(관장 최진용)에서 본 ‘사운드오브뮤직’은 발레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발레, 뮤지컬, 성악, 연극, 탭댄스 등을 망라한 종합극에 가까웠다. 물론 뼈대는 발레이다. 발레가 70%쯤 되고, 나머지를 다양한 퍼포먼스로 채웠다.
그 결과 상당히 재미있는 극이 되었다. 가족극을 표방한 만큼 가족 단위 관객이 대부분이었는데 재미와 집중도가 떨어졌다면 어린이 관객들이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세심한 배려와 아이디어가 돋보인 무대에도 점수를 주고 싶다. 마리아와 트랩 대령의 일곱 자녀가 숲 속에서 부르는 저 유명한 ‘도레미송’ 장면에서는 싱싱한 초록색 배경 위로 피아노 건반을 연상하게 하는 세트가 공중에서 내려왔다.
‘마이 페이브릿 씽’을 부를 때는 마리아와 아이들이 여섯 개의 대형 촛대(마치 체스처럼 보였다) 소품을 이용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는 아이디어가 눈을 반짝 뜨이게 만들었다.
재치는 합창대회에 성악 중창단(W Classic 앙상블)이 등장해 진지한 얼굴로 ‘개구리와 올챙이’를 부르는 데서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발레 ‘사운드오브뮤직’.
가끔 실수가 있었고 쫓기는 듯한 동작이 보는 눈을 불안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노원 이원국발레단, 탄쯔 엔터테이터 샤하르, 옐림 청소년 발레단의 춤은 평균 이상이었다. 특히 대령 역의 발레리노 이원국은 여전히 녹슬지 않은, 우아한 선을 간직하고 있었다.
마리아(김순정 성신여대 교수)와 대령의 2인무에서 두 사람은 발레의 고결한 몸짓과 눈부신 호흡을 한껏 과시했다.
연출자 김효는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인 폴 발레리의 말을 빌어 두 사람의 춤을 ‘몸으로 쓰는 시’라고 표현했는데, 상당히 그럴 듯한 말이다.
이날 공연의 안무는 지우영, 무대와 의상디자인은 임창주와 이언영이 맡았다.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