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이 EPL] 퍼거슨-베컴 ‘외나무 다리 결투’

입력 2010-02-04 15:52:56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003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났던 데이비드 베컴은 레알 마드리드, LA 갤럭시, AC 밀란 등에서 선수생활을 하면서도 “올드 트래퍼드에서 다시 경기를 하고 싶다”고 자주 말했다. 2009~201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AC 밀란과 맨유가 맞붙게 되면서 그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7년 만에 적이 되어 올드 트래퍼드로 돌아오는 베컴과 그를 맞이하는 퍼거슨 감독에게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베컴은 유소년 팀을 포함해 맨유에서 13년간 활약하며 6차례의 우승컵을 안긴 대스타였다. 맨유가 98~99시즌 트레블(FA컵, 리그, 챔피언스리그)을 달성하는 등 최고 전성기를 달리던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베컴은 중심에 있었다. 그는 올드 트래퍼드의 아이콘이었다. 때문에 베컴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은 축구계의 길이 남을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2003년 베컴은 퍼거슨 감독과의 불화 및 축구화 투척 사건 등으로 이적논란에 휩싸였다.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는 베컴에 대해 “베컴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았고 스카이스포츠는 베컴과 개리 네빌이 대화하는 장면을 포착해 “베컴이 이적을 원했다”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수많은 논란 속에 베컴은 3500만 유로의 이적료와, 4년 계약에 연봉 600만 유로를 받는 조건으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축구선수 이적료 순위 역대 10위의 조건이었다. 베컴은 “맨체스터에서의 기억은 영원히 간직할 것이며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퍼거슨 감독에게 감사한다. 레알 마드리드의 입단 제의는 나의 축구 경력에는 물론 가족에게도 소중한 기회였다. 이번 제의를 거절하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 같았다”고 말한 뒤 스페인으로 떠났다.

하지만 2007년 베컴은 자신을 레알 마드리드로 보낸 것은 퍼거슨 감독이었다고 밝히며 당시 난무했던 각종 추측성 기사들은 오보라고 주장했다.

베컴은 맨유 구단 관계자로부터 “퍼거슨은 이제 당신이 팀을 떠나길 원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들은 후 이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어떤 말이 진실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이적 문제로 인해 베컴과 퍼거슨이 큰 불화를 겪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베컴과 퍼거슨, 챔스리그에서 운명의 재회


이적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였던 베컴과 퍼거슨은 이번 달 챔스리그 16강에서 운명의 재회를 한다. 퍼거슨은 영국 ‘데일리 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나 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큰 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월이 세월이니만큼 서로에 대한 악감정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아 보였다.

맨유의 공식 잡지 인사이드 유나이티드와의 인터뷰에서 퍼거슨은 애제자 베컴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퍼거슨은 작년 AC 밀란과의 경기 전에 베컴을 만나 “월드컵에 가고 싶다면 계속 유럽에 남아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조언을 했다면서 “작년 베컴은 AC 밀란에서 매우 훌륭한 활약을 했다. 나는 그를 다시 AC 밀란에서 볼 거란 예상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퍼거슨은 승부사다.

이적 당시의 상황까지 들먹이며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는 요즘 “베컴을 팔았던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더 이상 그 문제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과거일 뿐”이라며 딱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단지 현재 나의 선수들이 이 피할 수 없는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 승리를 가져 올 수 있는가 만을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베컴과의 경기가 특별한 이유는 단지 미디어와 팬들로부터 엄청난 관심을 받게 될 거라는 점 하나 뿐이다. 베컴은 유명한 축구 선수를 넘어 유명한 대스타다. 우린 그 같은 대스타를 맞이해 본 적이 없다. 우린 미디어와 팬들의 베컴에 대한 관심을 멈추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임무는 경기에 집중 하는 것”이라고 경기에 초점을 맞췄다.

퍼거슨 감독은 “이번 경기는 맨유가 치러야 할 경기 중 가장 큰 경기가 될 것이다. 어웨이 경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유러피언 컵은 언제나 특별하다. 모든 것은 올드 트래퍼드에서 결정 될 것이다. 우리는 지난 몇 년 간 홈구장에서 최고의 밤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최고의 밤이 되기를 희망 한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맨유와 AC 밀란과의 경기는 2월 16일(이탈리아 밀라노)과 3월 10일(영국 맨체스터)에 열린다. 프리미어리그의 강호와 세리에 A의 강호가 맞붙는 다는 것만으로도 세간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지만, 베컴과 퍼거슨의 운명적인 재회는 벌써부터 축구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맨체스터(잉글랜드) | 전지혜 통신원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