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해체 우울증으로 2년간 폐인생활…어느 날 괴물된 내 모습 보고 정신 번쩍…애절한 보컬 되찾으려 레슨까지 받았어요”
■ 첫 솔로앨범 발표 민경훈
“신인가수 민경훈(사진)입니다.” ‘겁쟁이’ ‘사랑은 가슴이 시킨다’ ‘남자를 몰라’ 등의 노래를 잇따라 히트시키며 인기를 끌었던 버즈 출신의 민경훈은 자신을 신인가수라고 소개했다.
팀이 해체된 후 솔로로 활동을 시작해서 이런 마음을 가진 것이 아니다. 세상을 등지다시피한 2년여에 걸친 방황의 시간, 그 어둡고 긴 터널에서 빠져나와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각오를 다지면서 그의 마음에 자연스레 생긴 결심이다.
민경훈을 그동안 힘들게 한 것은 소속사 이적문제, 미래에 대한 고민 등이었다. 그는 심한 자책감에 사로잡혀 자신의 미래에 대해 거의 ‘자포자기’했다.
“그동안 열심히 하지 못했다는 자책이 가장 컸어요. 팀은 해체되고 우울증이 생기고. 적극성도 부족했던 것 같아요. 대인 관계도 폭넓지 못했죠. 집 밖으로 한발도 나가지 않고 폭식과 폭주로 시간을 보냈어요. 매일 소주 2병은 마셨을거에요. 그러다보니 몸무게가 30kg나 늘어 90kg가 넘은 ‘괴물’로 변했더라고요.”
이렇게 변한 외모로 인해 다시 자신감 결여라는 악순환이 한동안 반복됐다. 호리호리한 체구를 가진 그가 한때 100kg에 가까운 거구였다니 쉽게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를 가까이서 본 친구나 어머니에게도 그런 모습은 충격이었다.
“집에서 나와 친구랑 함께 지내고 있었어요. 친구가 어느 날 휴대전화로 제 뒷모습을 찍어서 보여주더라고요. 그걸 보는 순간 ‘이건 아니다’ 싶었는데, 오랜만에 저를 본 어머니 역시 ‘내 아들 맞냐’라고 말할 때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어요.”
민경훈은 주위의 충고를 듣고 “다시 시작해보자”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정신이 번쩍 들었죠. 그날부터 예전 몸매로 돌아오는데 2개월이 걸렸어요. 하루에 고구마 한 개, 양배추 다섯 조각만 먹으면서 이를 악물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어요. 시련을 겪으면서 차분해지고 깊어졌다고 할까요.”
그리고 그는 마침내 ‘신인가수’로 출발점에 섰다. 방황하던 기간 동안 노래를 등져 변해버린 목소리를 찾기 위해 처음으로 보컬 레슨도 받았다.
“‘미녀는 괴로워’를 불렀던 가수 유미에게 트레이닝을 받았어요. 음의 강약을 배웠고, 호흡 등을 다시 시작한거죠. 노래를 더 맛깔스럽게 표현하는 법도 배웠어요.”
공백기 동안 성장통을 크게 앓았지만 민경훈은 가수로도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다시 만난다는 의미로 앨범 제목을 ‘재회’라고 정했다. 타이틀곡 ‘아프니까 사랑이죠’에서는 버즈 시절의 애절한 보컬을 다시 들을 수 있다.
“팬들이 아는 민경훈 스타일로 갈까, 아니면 새로운 느낌을 줄까 작곡가와 고민도 많이 했어요. 타이틀곡만 버즈의 민경훈의 느낌을 주자고 결정했죠. 다시 일어서게 되며 결심한 것도 콘서트를 통해 팬들과 자주 만나는 겁니다. 무엇보다 ‘역시 기다린 만큼 민경훈의 노래가 좋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