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캠프는 ‘지옥’이다. SK 선수들이 지옥 중에서도 최악이라고 치를 떠는 것이 계단 오르내리기다. 하필 일본 고지 캠프지 인근 산이 있는데 불행하게도 계단이 설치돼 있다. 오르막까지 대략 150개의 계단을 올라야 된다.
SK 김성근 감독은 여기를 하루에 10회 등산하도록 지시했다. 달리기를 중시하는 김 감독은 하체 강화엔 계단 오르기가 특효약이라 판단한 듯하다.
야수들에 비해 많이 뛸 일이 적은 투수들이 특히 입에 거품을 문다. 계단 맨 아래와 위에 코치 1명씩 배치돼 있어서 꾀부릴 틈조차 없다.
비라도 와주길 기원했지만 하늘도 ‘지옥’을 들여다보길 외면했는지 훈련날에는 날씨가 좋다. 그러나 김 감독처럼 모질지 못한(?) 코치들은 이 훈련에서 재미도 얻고, 희망도 찾을 방법 하나를 고안해냈다.
계단 꼭대기에 나뭇가지 표적을 정해놓고, 올라온 선수들이 돌을 던져서 적중시키면 등산 1회를 빼주는 것. 자연스럽게 투수들에게 ‘일구이무 정신’이 심어지고 있는 셈. 김광현은 왼손뿐 아니라 오른손 제구력까지 시험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체강화에 의도치 않았던 컨트롤 훈련까지 겸하게 된 김 감독의 계단훈련 효과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