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신영철 사장 “문학구장 종착역은 놀이동산이죠”

입력 2010-02-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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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SK 와이번스를 총지휘하고 있는 신영철 사장은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SK 야구에 브랜드를 입히겠다”고 자신했다. [스포츠동아 DB]

그린스포츠로 또 한번 도약 꿈꾸는 SK 신영철 사장
# SK 와이번스는 중국경제와 닮았다. 언젠가부터 생산기지이자 최대 소비자로서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중국처럼, SK의 경기력과 흥행력에 한국야구계가 연동된 듯하다. 효율성을 최우선시하는 가치관도 흡사하다. 후진타오-원자바오 투톱 체제로 신흥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처럼 SK는 김성근 감독-신영철 사장의 역할분담이 확고하다.

불과 3년 사이의 변화다. 2007년 이후 SK는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고, 스포테인먼트는 진화를 거듭하다 2010년 그린스포츠로 계승됐다. SK의 성취를 두고 이런저런 비판이 가해지지만 ‘떠오르는 용’이라는 사실 자체는 움직일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신영철 사장을 만나 물었다. 비주류는 어떻게 이너서클을 뚫었냐고? 답은 이랬다. ‘비주류는 비주류의 방식으로 싸워야 주류가 된다’고.

# SK 와이번스 사장실은 인천에서 가장 전망 좋은 곳에 속한다. 6년째 이 방의 주인은 그대로지만 장식은 변화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사진과 상패가 늘어난다. 벽엔 대형지도가 붙어있다. 문학구장 주변 축도였다. 구획별로 나눠서 구단 전 직원들에게 할당했다. 담당 구역에서 연간티켓을 팔도록 시켰다. 실적을 낸 부서는 포상한다. 전 직원의 마케팅화는 신 사장의 모토다. 실제 4년 전, 29장 판매에 불과했던 연간티켓은 이제 4000장 넘게 팔린다.

# SK 11년 역사 중 6년째 사장을 지키고 있다. 해마다 홈 관중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그러나 그는 2010년을 “고비”라고 규정했다. 단지 월드컵 등 ‘악재’가 있어서가 아니다. 2009년 프로야구가 달성한 590만에서 위기를 발견하는 점에서 확실히 독특하다.

요약하면 이렇다. 2009년의 대성공으로 기존 성장모델은 이제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관점이다. 현존 구장 사이즈를 고려하면 유지밖에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프로야구에는 우아한 황혼기만 남은 것인가?

이 지점에서 신 사장의 ‘입장’은 이렇다. “600만, 650만이 아니라 1000만 이상을 봐야한다.” 요컨대 그동안의 계단식 상승에서 벗어나 ‘퀀텀점프’를 할 시기가 왔다고 규정한 것이다. 어떻게? 솔루션은 “Park 즉, 야구장을 놀이동산처럼”이다. 야구가 축구나 영화에 이겨서 최고 인기스포츠오락이라고 자족할 시기는 지났다는 얘기다. 그래서 SK 와이번스의 라이벌은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가 아니라 에버랜드, 롯데월드인 것이다.

# 과거에 생산은 자본 토지 노동의 결합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감성의 시대엔 하나 더 추가된다. 관심. 인간의 관심을 유한자원으로 설정하고, 그것을 쟁탈하기 위한 경쟁이라 보는 이론이 있다. 신 사장은 이 이론에 적극 찬동한다. SK 야구장이 하드웨어라면 스토리와 체험이 소프트웨어다. 스포테인먼트나 그린스포츠는 콘텐츠이고, 이 과정에서 진행되는 문학구장 리모델링의 종착역은 SK 파크다.

# 올해부터 SK의 포지셔닝은 달라졌다. 강한 구단을 넘어 긍지와 충성심을 갖춘 팬층을 만들자는 목표. 곧 브랜드를 입히는 작업에 착수했다. 친환경 그린스포츠, 사회공헌활동이 양축으로 작동한다. 야구자체에 몰두하는 전통적 마니아 팬들과 여성, 가족, 어린이 팬이 문학구장에서 각기 추억을 얻고 돌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의 혁신이다. 굳이 구장 임대의 필요성을 못 느낄 정도로 인천시와 시의회, 시설관리공단이 전폭적 지지를 보내는 점도 고무적이다.

# 신 사장은 최근 마케팅 구루로 추앙받는 필립 코틀러 교수의 저서 ‘스포츠팬을 잡아라’ 한국어판에 서평을 썼다.

“스포츠 비즈니스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승패 위주의 경기 따윈 잊어 버려라.(중략) 결국 갈대 같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에는 스포테인먼트를 활용한 강력한 브랜딩이 가장 효과적임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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