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의 간판으로 떠오른 이승훈(22. 한체대)이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선물했다.
이승훈은 14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리치몬드의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6분16초95로 레이스를 마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이승훈은 한국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첫 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달성했다.
또 이승훈은 역대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0m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메달을 따낸 영광의 주인공으로 탄생했다.
이날 이승훈은 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10,000m 금메달 리스트 봅 데용(네덜란드)과 함께 12조에서 레이스를 펼쳤다.
인코스에서 출발 총성과 함께 힘차게 얼음을 지치고 나간 이승훈은 레이스 초반 1,000m까지 9위를 유지하면서 봅 데 용과 대등하게 경쟁했다.
먼저 1위를 기록한 스벤 크라머(24. 네덜란드)와 4~5초 간격을 유지하던 이승훈의 메달 가능성이 엿보이기 시작한 것은 1,800m부터였다. 2분18초80으로 주파해 5위로 뛰어 오른 것.
이후 이승훈은 줄곧 250m 29초 후반대로 유지하며 기록을 조금씩 줄여나갔고, 3,000m를 3분48초56에 끊으면서 순식간에 2위로 치솟으며 메달 획득에 기대감을 높였다.
탄력을 받은 이승훈은 레이스 후반부에 들면서 막판 스퍼트를 냈다. 3,400m부터 줄곧 2위를 유지한 채 마지막 4,600m를 5분47초69에 주파한 이승훈은 온 힘을 다해 마지막 바퀴를 돌았고, 마침내 결승선을 통과했다.
전광판에 찍힌 기록은 6분16초95. 자신이 지난해 12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세웠던 한국기록(6분14초67)에 2초28밖에 뒤지지 않는 뛰어난 기록이었다.
이승훈은 자신의 기록에 만족한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경기를 마친 이승훈은 벤치에서 초초하게 마지막 조의 경기를 지켜봤다. 그리고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하바르트 복코(노르웨이.6초18초80)의 순위가 4위로 확정되는 순간 이승훈은 김관규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자신의 생애 첫 은메달을 자축했다.
지난해까지 쇼트트랙 종목에서 국가대표를 오가며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이승훈은 스피드스케이팅 전환 7개월만에 올림픽 은메달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한편 이 종목 '세계 1인자' 스벤 크라머는 이날 6분14초60를 기록,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