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팀 러브콜…결국 양키스에 키스

입력 2010-02-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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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양키스와 계약을 체결한 박찬호가 험난했던 계약과정을 공개했다. 사진은 두산의 일본 미야자키 캠프에서 훈련하는 모습.사진제공| 두산베어스

박찬호 우여곡절 양키스행
필리스 275만달러 파격조건 거부
한때 구단들 연락 끊겨 속앓이도
선발제안 없자 막판 컵스와 저울질


박찬호(37)가 우여곡절 끝에 뉴욕 양키스와 계약했다. 지난 시즌 직후 10개 팀에서 러브콜을 받을 때만 해도 그가 소속팀을 결정하기까지 이토록 험난한 여정을 보낼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박찬호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1월까지 한 달 동안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해 솔직히 놀랐고 초조했다”고 솔직히 속내를 털어놓았다.

박찬호는 지난해 11월 말 필라델피아 필리스로부터 가장 먼저 오퍼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와 계약조건이 동일했다. 팀은 ‘2년 계약’이라는 옵션을 내걸었지만 그는 자신의 공헌도를 인정해주지 않는 팀에 적잖이 실망하고 말았다.

게다가 당시 박찬호에게는 10개가 넘는 타 팀의 러브콜이 쏟아지는 상황이었다.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컵스 등 상위권 팀들도 즐비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친 팀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워싱턴 내셔널스는 선발을 원한다는 그의 의사를 존중해 4선발을 제안하기도 했다. 강력한 불펜투수를 잃을 수 없었던 필라델피아도 계약 결렬 2∼3주 후 275만 달러라는 괜찮은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박찬호는 필라델피아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게 해준 고마운 팀이었지만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섭섭함이 앞섰다. 결국 양키스와 보스턴, 두 팀을 염두에 둔 채 윈터미팅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판단 착오였다. 본격적인 계약 시즌이 시작됐지만 마치 거짓말처럼 연락이 뚝 끊겼다. 갑자기 미래가 불투명해진 박찬호는 남몰래 속앓이를 했다.

박찬호의 발목을 잡은 건 ‘선발을 원하는 거액의 불펜투수’라는 사실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그의 가치는 불펜투수로서였다. 높은 몸값과 더불어 선발 욕심까지 내는 투수를 선뜻 영입할 팀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덧없이 시간은 흐르고 결국 박찬호는 5장의 선택권을 두고 고민하게 됐다. 21일에는 컵스와 양키스, 2장으로 줄었다.

22일 오전 9시, 그는 양키스 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액수나 적극성이나 컵스가 월등히 앞섰지만 박찬호의 선택은 양키스였다. 그리고 연봉 120만 달러에 보직은 불펜을 내걸었다. 양키스는 박찬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옵션 30만달러를 추가하면서까지 그를 두 팔 벌려 환영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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