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 몸값 낮춰 양키스행 왜? “돈 보다 우승반지”

입력 2010-02-22 23: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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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뉴욕 양키스와 120만 달러(옵션 30만 달러 제외)에 계약을 체결한 박찬호가 22일 자신이 운영하는 피트니스클럽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뉴욕 양키스와 120만 달러(옵션 30만 달러 제외)에 계약을 체결한 박찬호가 22일 자신이 운영하는 피트니스클럽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1년간 120만 달러(13억 7700만원)에 성적 보너스 30만달러(3억 4400만원) … 우승전력 양키스“불펜 베테랑 적임자”

박찬호(37)가 뉴욕 양키스에서 2010년 운명을 걸기로 했다. 박찬호는 22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봉 120만 달러, 성적에 연동된 보너스 30만 달러에 1년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처음엔 원 소속팀 필라델피아가 끈질긴 구애를 했고, 막판엔 시카고 컵스와 탬파베이가 달려들었으나 박찬호는 양키스의 프러포즈를 받아들였다. 사랑이 아닌 이상, 무릇 맺어짐엔 이유가 따른다. 박찬호와 양키스의 동거 역시 상호 이해관계의 일치에서 풀이할 수 있다.


○박찬호는 왜 양키스를 택했을까

박찬호는 사석에서 “현역 인생은 양키스나 보스턴, 컵스 같은 명문팀에서 마무리 짓고 싶다”란 고백을 한 적이 있다. 양키스의 줄무늬 유니폼은 모든 야구선수들의 로망이다. 산악인들에게 에베레스트 산 같은 대상이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MVP가 된 뒤 LA 에인절스로 이적했지만 마쓰이 히데키가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양키스행을 강행했고, 결국엔 뉴욕 메츠로 갔지만 구대성(한화)이 양키스행을 추진했던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해야 된다.

게다가 이미 야구공 하나로 아메리칸드림을 이룬 박찬호에게 돈은 더 이상 제1옵션이 아니다. 월드시리즈 우승반지야말로 절대반지처럼 갖고 싶을 터다. 그 욕망에 가장 근접한 팀이 양키스다. 선발을 제안한 컵스를 내친 것도 그래서다.

현실적으로도 박찬호는 계약 타이밍을 실기한 면이 있다. 필라델피아의 조건이 275만 달러까지 올라갔는데도 거절했고, 그 뒤부터 시간은 박찬호 편이 아니었다. 어차피 만족할 금액을 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몰린 이상, ‘조금 덜 받아도 핀 스트라이프’란 ‘양키스 프리미엄’을 택한 셈이다.


○양키스는 왜 박찬호를 택했을까




양키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이 아니면 실패’라고 규정하는 팀이다. 이런 데서 박찬호를 영입한 사실은 곧 쓸모를 인정했다는 의미다. 그 쓰임새는 불펜에서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은 “양키스는 2009년 월드시리즈 우승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고 평했다. 마쓰이, 자니 데이먼, 멜키 카브레라 등 외야진이 떠났어도 커티스 그랜더슨, 랜디 윈을 데려와 누수가 없다. 올스타 내야진과 마운드는 건재하다.

단 선발과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 사이를 이을 불펜은 양키스의 해묵은 숙제다. 특히 우완 셋업 필 휴즈와 조바 챔벌레인 중 한 명이 제5선발로 가야 된다. 불펜에 베테랑이 없는 점도 불안요소다. 이 공백을 메울 적임자로 박찬호가 지목된 셈이다.

게다가 박찬호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쾌투했다. 양키스의 숙적인 보스턴전 데이터도 좋다. 이런 투수를 150만 달러에 영입하는 것은 양키스 입장에서 ‘실패해도 그만’인 부담 없는 거래다.

박찬호와 양키스의 결합, 서로의 의도는 달라도 목적은 일치한다. 월드시리즈 우승, 박찬호가 기꺼이 ‘호랑이굴’로 들어가는 이유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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