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명분위해 선택한 양키스…박찬호의 3가지 성공 과제

입력 2010-02-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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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월드시리즈가 끝난 뒤로 3개월 넘게 이어졌던 프리에이전트(FA) 박찬호의 2010시즌 새 둥지 찾기가 마침내 뉴욕 양키스로 확정됐다. 2008년 월드시리즈 챔피언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연봉 300만달러 제안을 거부한 뒤 명분을 찾아 스스로 메이저리그의 대표 구단 양키스의 문을 두드렸다.

연봉 120만달러와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30만달러. 필리스가 제시한 연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돈보다 월드시리즈 우승 가능성이 높은 양키스를 택했다고 했다. 양키스는 통산 27차례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사족이 필요 없는 명문 구단이다. 하지만 필리스도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에서 보여줬듯 우승 가능성이 높은 팀이다. 양키스가 확률이 높을 뿐이지 우승을 보장한다고는 볼 수 없다. 우승은 운이 따라줘야 한다.

이미 불펜진용도 다 짜여 있는 양키스의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으로서는 헐값에 베테랑 박찬호를 얻었으니 전혀 손해 볼 게 없다. 양키스는 올해 연봉 지출이 많아 허리띠를 졸라맨 상태였다. 지난 오프시즌 FA 시장에서 양키스의 큰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조니 데이먼(37)이 애원하듯 양키스와 재계약 협상을 원했지만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결국 데이먼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연봉 800만달러에 1년 계약했다.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박찬호로서는 명문 양키스 유니폼마저 입게 돼 해외파의 상징으로서 입지를 다시 한번 굳혔다. 일본파들은 이라부 히데키를 비롯해 이미 여러 선수들이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었지만 한국인에게는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 박찬호가 한국인 최초로 핀스트라이프를 입는 영광을 안게 됐다.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명분 뒤에는 치러야할 대가도 따른다.

첫째 아메리칸리그와 양키스타디움 적응이다. 텍사스 레인저스 이후 5년 만의 아메리칸리그 복귀다. 지난 시즌 간간이 던진 인터리그,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호투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이제는 풀타임이다. 2009년 개장한 양키스타디움은 기류 형성으로 인해 새롭게 투수들의 무덤으로 떠오른 구장이다. LA 다저스에서 승승장구했던 박찬호는 레인저스에서 아메리칸리그와 타자친화적 알링턴 구장 때문에 이중고를 겪었다.

둘째 뉴욕 생활 적응이다. 뉴욕은 극성팬들과 집요한 미디어들이 모인 곳이다. 조금만 부진해도 난타를 당한다. 라디오 토크쇼도 수없이 많다. 다른 팀보다도 심리적 부담이 크다. 2007년 실패한 뉴욕 메츠와는 또 다르다.

셋째 월드시리즈 반지 획득 여부다. 양키스 불펜투수로 시즌 내내 25인 엔트리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37세의 나이든 투수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박찬호가 찾은 명분이 결실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LA|문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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