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라이커 경쟁 우위
지난 시즌 K리그 득점왕을 차지했건만 이동국에게는 늘 ‘게으른 공격수’ ‘수비 없는 공격수’ 등 다양한 수식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하지만 이날 한 방으로 그간의 저평가를 단숨에 날려버렸다. 허정무 감독도 “(이)동국이의 적절한 위치 선정과 완벽한 타이밍에서 좋은 골이 나왔다.이런 모습이 꾸준히 나온다면 팀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모처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간 여러 차례 기회를 부여했으나 주변의 신임을 사지 못한 지난 날을 생각할 때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스트라이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고무적이다. 함께 투 톱으로 나선 이근호(이와타)는 내내 몸이 무거워 보였고, 단 한 번도 슈팅 찬스를 잡지 못했다. 후반 조커로 투입된 안정환(다롄) 역시 바뀐 4-2-3-1 포메이션의 원 톱 역할을 수행했으나 별반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해 대조를 보였다.
물론 아직 끝이 아니다.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했어도 박주영(AS모나코)이 부상으로 빠진 상태이고, 월드컵 출전을 염두에 두고 K리그로 돌아온 설기현(포항)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남아있어 방심할 경우, 98년 프랑스대회 이후 생애 두 번째 월드컵 출전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 ‘강호 킬러’ 재도약
이동국은 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에서 홍콩을 상대로 골 맛을 봤다. 2006년 2월 멕시코 평가전 득점 이후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 시점이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어디까지나 상대는 한 수 아래의 전력이었을 뿐. 허 감독이 월드컵 출전을 위해 줄곧 강조해온 “강팀에 강한 선수”의 면모에는 2% 부족함이 있었다.
그러나 이동국은 코트디부아르전 득점으로 자신감을 끌어올린 한편, 강호 킬러의 명성도 조금이나마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중국 등 동아시아는 물론, 쿠웨이트 이란 바레인 등 중동에 유독 강했던 이동국이 2004년 12월 부산에서 가진 독일과 친선경기에서 터뜨린 3-1 승리의 결승골은 여전히 팬들의 뇌리 속에 강렬히 남아있다. 당시 골 장면도 이번처럼 동료 프리킥이 상대 수비 맞고 불발될 때 발리슛으로 기록한 것이라 의미가 각별하다.
런던(영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