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포커스] 속사포 래퍼 아웃사이더 “1초에 21음절 뱉는 ‘모터 혀’ 달렸어요”

입력 2010-03-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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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에 21음절을 쏟아내는 속사포 래퍼 아웃사이더는 랩은 문학이라 했다.

■ 속사포 래퍼 아웃사이더

숨 넘어갈 랩, 숨 안차는 비결요?
주말마다 20㎞ 뛰며 폐 단련했죠
엄청난 양의 가사, 단숨에 외워요


1초간 몇 마디를 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자.

이 문장은 정확히 17음절이다. 눈 깜짝할 순간에 17음절의 문장을, 그것도 랩으로 완성해내는 이가 있다. 랩 가수 아웃사이더(본명 신옥철)가 그 주인공.

스스로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랩을 구사할 것”이라 말하는 그는 ‘속사포 랩’이란 애칭도 지니고 있다. 최근엔 랩의 속도가 1초에 21음절까지 늘었다는 것을 보면, 그의 세치 혀엔 터보 엔진이 달려있음이 분명하다.

제법 많아진 래퍼들 속에서 아웃사이더를 명확히 구분 짓는 이 재주를 그는 타고난 것일까. 아니다. 그는 숨넘어갈 듯한 무한질주의 랩을 위해 하프 마라톤에 도전했다. 주말마다 20km씩 뛰며 좀처럼 지칠 줄 모르는 폐를 만들었고, 그래서 누구도 쉽게 흉내 내기 힘든 속사포 랩을 갖게 됐다.

그저 남과 달라 보이고 싶어서 말을 빨리 하게 된 것은 아니다. 아웃사이더의 노래를 들으면 한동안 꾹 참고 머리 속으로 정리해놓았던 말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느낌이 든다. 그런 까닭인지 그의 노래가 남기는 인상은 격정적이면서도 ‘절박’하다.

외형상 속사포 랩이지만, 듣고 보면 간절함이 처절하게 녹아있는 문장의 향연을 아웃사이더는 지난해 ‘외톨이’란 노래로 널리 알렸다. 이 노래도 막상 외워 부르려면 글자수가 너무 많아 가슴이 턱 막힐 지경이다. 그럼에도 ‘사랑도 사람도 너무나도 겁나’란 반복 가사 정도는 노래 좀 듣는다하는 웬만한 청년이라면 누구나 따라 부를 줄 아는 그의 대표곡이 됐다.

‘외톨이’에 이어 최근 그는 세 글자의 노래를 또 내놨다. 학창시절 윤리 과목에서 종종 등장했던 단어 ‘주변인’이 그것.

‘외톨이’로 더는 가요계의 ‘주변인’이 아니게 된 그가 새 음반에서 노래한 것은 “사랑보다는 사람”이었다. 새 노래 ‘주변인’ 역시 가사의 양이 엄청나다. 무대에서 살짝 가사를 틀려도 용서가 될 것 같았다.

“가사가 완성되는 순간에 이미 다 외워져 있어요. 단어 하나하나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골랐기 때문이 아닐는지.”

그는 랩을 문학이라 했다. 예전에는 시가 노래의 가사였듯이, 자음과 모음의 운율감이라 할 수 있는 ‘라임’이 존재하는 랩 또한 현대 문학의 일종이란 게 그의 주장이다. 한때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자 했던 꿈은 어쩌면 ‘그땐 그랬지’라며 헛웃음 짓게 만드는 어렸을 적 희망이 아닌 그에겐 “랩을 통해 이미 이룬 것”일지도 모른다.

그의 노래 가사에도 말버릇처럼 종종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끊임없이’와 ‘변함없이’가 그것이다. 누군가는 말버릇이 그 사람의 심리나 성격, 나아가 삶에 대한 태도조차 반영한다고 하던데. 아웃사이더는 웃으며 “그런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가사를 쓰며 스스로 다짐한 것도 같군요. 제 좌우명이 ‘끊임없이 노래하고, 변함없이 노력하자’거든요.”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 | 스나이퍼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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