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갈량’으로 불렸던 조범현 감독은 전지훈련 때부터 ‘호랑이 선생님’으로 탈바꿈했다.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는 조 감독의 눈빛이 날카롭다. 스포츠동아DB
오전 9시 훈련을 시작해 오후 1시 실전까지 치렀지만 또다시 오후 7시까지 공을 던지고 배트를 휘두른다. 아직 해가 짧은 이른 봄, 별 보고 나와 별 보고 집에 가는 혹독한 일정. ‘공포의 외인구단’에나 나올 법한 훈련이지만 한국시리즈 우승팀 KIA의 하루다.
11일 넥센전이 끝난 뒤 KIA 최희섭은 “퇴근하려면 아직 멀었다”며 웃었다. 그는 “오늘은 오후 7시30분까지 훈련이다. 일요일까지 계속 이렇게 할 것 같다”며 언더셔츠도 갈아입지 않고 다시 경기장으로 뛰어갔다.
○시범경기 지옥훈련, 우승팀이 왜?
지난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한 챔피언, 그리고 8개 구단 중 투타가 가장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듣는 우승 후보. 그러나 KIA 조범현 감독이 꺼내든 칼은 시범경기 지옥훈련이다.
조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돌아온 뒤 다들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어떻게든 개막 전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지난 겨울 단 한건의 외부전력보강이 없었던 만큼 내부전력을 극대화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려는 포석이다.
○달리는 호랑이에 채찍질을?
조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이미 팀의 체질변화를 시도했다. 평소 온화한 성격이지만 “아직 멀었다”고 선수들을 다그쳤다. 평소 “매 시즌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밝힌 대로다다.
또 우승 후 늘어난 자신감과 반비례해 느슨해질 수 있는 정신력을 강도 높은 훈련으로 바로잡기 위해서다.
○베테랑도 당연시하는 지옥훈련
조 감독은 11일 주장 김상훈이 지나가자 빙그레 웃으며 “오늘 경기 끝나고 스케줄이 뭐냐”고 물었다. 김상훈은 당연하다는 듯 “훈련입니다”라고 답했다.
이른 오전부터 늦은 오후까지, 그것도 중간에 시범경기까지 치르며 땀을 쏟아야 하는 강행군이지만 김상훈과 최희섭 등 팀 주축 선수들도 이 같은 훈련에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스프링캠프부터 단련시킨 결과다.
○야간경기 적응이라는 또 다른 목적
KIA는 12일부터는 조명탑까지 밝히고 야간훈련에 돌입한다. 야간경기 적응이라는 또 다른 목적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올 시즌은 개막 2연전과 어린이날을 제외한 전 경기가 야간에 치러진다.
한국시리즈 이후 5개월간 야간경기를 경험하지 않은 선수들의 시즌 초반 빠른 적응을 위해 야간에 타격과 피칭 훈련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2년 연속 우승을 위해 벌써부터 이미 단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 조 감독의 치밀한 전략이다.
광주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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