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대전구장. 한화 이대수가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짧아진 머리가 영 어색한 모양. 이대수뿐만이 아니었다. 한화 선수 대부분의 머리가 눈에 띄게 짧아져있었다. 이유는 ‘구대성’이었다.
구대성(사진)은 폭설로 경기가 취소된 10일 옆머리를 스포츠형으로 시원하게 자르고 구장에 나타났다. 삭발까진 아니었지만 후배들은 대선배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깜짝 놀랄 수밖에. 그리고 이어진 구대성의 한마디. “내 밑으로 다 잘라!”
송진우가 은퇴하면서 구대성은 한화의 최고참이 됐다. 후배들은 군말 없이 선배의 말을 충실히 따랐다. 구대성이 머리를 짧게 한 의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화는 쌍포 김태균 이범호가 동시에 일본으로 떠나면서 전력에 큰 구멍이 생겼다. 트레이드를 하고 싶지만 내줄 자원조차 없는 최악의 상황. 전문가들도 2010시즌 한화의 전력을 최하위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구대성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비장한 각오를 몸으로 보여줬다. 그런 선배를 후배들은 묵묵히 따랐다.
대전|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