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관중폭발 왜?
“놀랍다. 팬들의 이런 야구열기를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한결같은 반응이다. 시범경기부터 야구장을 찾는 팬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프로야구 8개 구단은 너나 할 것 없이 깜짝 놀라고 있다. 정규시즌도 아닌 시범경기부터 예상을 넘는 수많은 팬들이 운집하자 각 구단은 시즌 마케팅 계획을 수정하느라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면서도 이 같은 야구열기를 시즌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오히려 더 긴장하는 분위기다.
○얼마나 증가했나
지난해에는 시범경기 50게임에 총 6만7500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1경기 평균 1350명 수준. 그러나 올해는 14일까지 시범경기 27게임에 총 10만2550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이미 지난해 관중수를 훌쩍 넘겼다. 1경기 평균 3798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무려 3배 가까운 증가율(281%)을 보이고 있다. 정규시즌 평균 관중수가 가장 적었던 2004년(4383명)에 육박하는 수치다.
야구열기가 뜨거운 사직구장이 아직 시범경기를 하지 않은 상태여서 더욱 놀랍다. 잠실구장에서도 13, 14일 처음 시범경기가 펼쳐졌다. 그런데 이틀간 3만 관중을 기록했다. 특히 14일에는 시범경기 사상 유례가 없는 1만8000명의 팬들이 찾았다. 지방구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시즌 평균 관중 4996명으로 가장 적었던 대구구장도 주말에 5000∼6000명의 팬들이 야구를 즐겼다.
○누가 야구장을 찾는가
예년에는 시범경기를 관람하는 팬층이 야구 마니아들이었다. 아저씨 팬이 주류를 이뤘고, 남학생들이 친구끼리 삼삼오오 모여 시범경기를 즐겼을 뿐이다. 그러나 팬층이 다양해졌다. 특히 가족과 여성, 어린이팬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두산 마케팅팀 이왕돈 대리는 “가족 단위 팬들이 많았다. 시범경기부터 야구장을 가족 나들이 장소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SK 마케팅팀 최홍성 대리는 “과거 여성팬은 야구 자체보다는 특정선수를 좋아하는 경향이 짙었지만 이젠 야구 자체를 재미있어 한다”면서 “대학생 팀 마케터를 모집했는데 12명 중 10명이 여성이어서 놀랐다. 여성팬도 이젠 야구 자체를 즐기는 시대가 됐다”고 파악했다.
○그러나 야구장은 아직도 공사중
팬들은 시범경기부터 야구를 즐길 준비가 돼 있지만 야구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다.
각 구장은 팬들에게 안락한 관람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대대적인 구장 리모델링 작업에 착수했지만 시범경기 전에 공사를 끝내지 못해 팬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다.
이운호 잠실구장 운영본부장은 이에 대해 “야구장이 시 소유이기 때문에 그렇다”면서 “서울시 예산이 1월에 집행되는데 복잡한 과정과 절차로 인해 해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도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방 모 구단 관계자는 “의자 하나 바꾸는 데에도 복잡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공무원들은 휴일에는 모두 쉬기 때문에 공사기간은 더 길어진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