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에는 달라지는 사항들이 많다. 변화의 핵심은 ‘스피드업’. 이를 위해 12초룰이 새로 도입되고 스트라이크존까지 확대된다. 시범경기부터 이미 적용됐다. 여기에 덧붙여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클린 베이스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정정당당한 승부를 유도한다는 명분 아래 각 팀 전력분석요원들이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가공한 뒤 덕아웃으로 전달해오던 자료들을 올해부터 전면 금지시켰다. 필연적 부산물로, 노트북의 덕아웃 반입도 제한된다.
21일 시범경기 최종전이 펼쳐진 대구구장. 삼성 선동열 감독도, 넥센 김시진 감독도 전력분석 데이터의 덕아웃 반입 금지에 따른 답답함을 내비쳤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데 따른 반작용의 성격도 묻어났다. 특히 김 감독은 전날 선발등판한 새 용병 에드리안 번사이드의 투구 내용(4.1이닝 5안타 2사사구 2탈삼진 4실점 3자책점)을 복기하면서 “제구력은 그럭저럭 괜찮아 보였는데, (전반적 평가 여부에 대해서는) 도통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이어 “전광판에 찍히는 스피드는 믿을 수가 있어야지. 목동(구장)만 해도 (실제 구속보다) 3∼4km는 더 나온다”고 덧붙였다. 눈으로 가늠할 수 있는 제구력 외의 요소들, 즉 구속과 구위에 대한 정확한 판단에는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좌완 번사이드는 컨트롤과 볼 배합으로 승부하는 유형의 투수. 그러나 일정 수준의 구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런 스타일의 투수는 순식간에 허물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구속을 비롯한 구위의 저하 정도를 빠르고 정밀하게 간파해 적절히 교체 타이밍을 잡아줄 수만 있다면 벤치로선 금상첨화. 하지만 전력분석 데이터의 덕아웃 반입 금지로 각 팀은 새로운 고민을 떠안게 됐다.
대구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