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주년 박지성 단독 인터뷰] “16강 축포도 캡틴이 쏜다”

입력 2010-03-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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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박지성의 꿈은 분명했다. 한국의 16강 진출과 맨유의 리그 4연패를 일궈내는 것.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2010년의 다짐 속에서 진지함과 다부진 각오가 묻어나왔다. 최근 스포츠동아와 단독으로 만난 맨유 캐링턴 연습구장 앞에서 박지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맨체스터(영국) | 전지혜 통신원

“마른여자는 별로” 지성 이상형 공개
청용 너무 적응잘해 말이 필요없네
젊은피는 분위기 타면 무섭다니까
맨유 리그 4연패 역사를 쓰고 싶다



“16강에 오를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다.”

스포츠동아가 창간 2주년을 기념해 ‘한국축구의 캡틴’ 박지성을 만났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고 명문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캐링턴 연습구장에서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박지성(29·맨유)은 인터뷰 내내 2010남아공월드컵을 준비하는 허정무호의 밝은 미래와 내일을 예고했다.

박지성의 인터뷰는 솔직하고 담백했다. 월드컵과 맨유 생활 뒷얘기는 물론이고 함께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누비거나 유럽 무대에 안착한 후배들을 언급했을 때는 눈빛을 반짝였다. 결혼 적령기인 그에게 이상형을 묻자 “너무 깡마른 여성은 별로”란 의외의 답을 들었다. 과거 미팅 경험을 물었을 때는 조금 수줍은 듯 입가에 머금은 멋쩍은 미소가 오래 기억에 남았다.

인터뷰를 마치고 며칠 뒤인 21일 밤(한국시간) 강호 리버풀을 상대로 통쾌한 헤딩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존재 가치를 더욱 높인 박지성.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정규리그 2호이자 시즌 3호골)로 감각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2010남아공월드컵에서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내 인생 세 번째 월드컵



-곧 남아공월드컵이 열립니다. 당신의 진정한 각오와 목표는 무엇입니까.

“누구나 그럴 거예요. 당연히 16강 진출이 가장 큰 목표죠. 다른 건 특별히 없어요. 단지 한국 축구가 16강에 올라가기만 한다면 개인적으로나 팀으로나 모두에게 이상적인 결과가 아닐까요?”


-16강 진출은 정말 가능하다고 보세요.

“(웃음) 물론 가능하죠. 솔직히 쉽지는 않을 겁니다. 다른 팀들도 우리를 1승 제물로 생각하고 있을테니. 반대로 우리도 충분히 해볼만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우리가 얼마나 준비를 잘 하느냐가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 같네요.”

-유럽 진출에 성공한 후배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아쉽게도 TV중계가 없어요. 프랑스 AS모나코의 (박)주영이나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뛰는 (기)성용이의 경기는 솔직히 잘 볼 수 없어요. 그래도 뉴스를 통해서 꾸준히 소식을 접하고 있죠. 후배들이 잘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니 기쁠 뿐이죠. (이)청용이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워낙 적응을 잘했으니 딱히 해 줄 주문은 없네요. 역시 어린 선수들은 무섭다니까요. 분위기를 타면 종잡을 수 없으니.”

-해외파가 없으면 월드컵이 실패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답니다.

“한 번 반대로 생각해봐요. 해외파가 있다고 16강에 진출할 것이란 보장은 없답니다. 단지 해외에서 뛰는 일부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라고 봐요. 해외파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완벽한 준비가 판가름할 겁니다. 우리가 한 팀으로써 잘 구성되어 있나, 또 상대가 얼마나 준비를 잘 했느냐가 16강 진출을 가릴 겁니다.”


-이번이 당신의 인생 세 번째 월드컵입니다. 과거와 올해 대회의 느낌이 다르나요?

“시간이 좀 남아서 그런가? 아직 실감이 나지는 않아요. 2002년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뛰었고, 더구나 고국에서 뛰었기 때문에 월드컵이 얼마나 큰 대회인지 확실하게 실감을 못했죠. 그냥 히딩크 감독님이 뛰라는대로 뛰었어요. 2006년은 첫 해외 월드컵이라 부담이 좀 더 컸던 게 사실이에요. 이번에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참가하는 대회고, 팀의 주장까지 맡았기 때문에 과거 2차례 대회와는 좀 차이가 있어요.”

-대표팀 주장 입장에서 상대를 분석해 주세요.

“아직까지 상대의 비디오나 영상 자료를 보지 못했어요. 그래도 상대 전력 분석은 허정무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하실 겁니다. 저를 포함한 동료들은 대표팀에 합류해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모습과 역할을 수행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의무라고 봐요.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습을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해야죠.”

-이번 월드컵에서 당신의 최고 라이벌은 누구죠? 메시? 호날두?

“(웃음) 라이벌은 없어요. 월드컵은 선수 개인전이 아니죠. 전 단지 대∼한민국을 대표해 경기를 치르는 만큼 구성원들 속에서 내가 얼마나 맡은 역할을 잘 하느냐가 중요하지 라이벌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포르투갈전을 최고의 경기로 기억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올해도 재현해 주셔야죠.

“항상 그런 경기를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게 선수로서의 자세라고 봐요. 항상 최고의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서, 또 최고의 경기를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니 기대해 주세요.”


○그래도 맨유


-맨유에서 당신이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요?

“욕심은 많죠. 더 많은 타이틀을 가져오고 싶은 것은 맨유 일원으로서 당연한 생각이죠. 아직 들어보지 못한 우승컵도 있는데…. 음, 뭘까. 프리미어리그 4연패가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이라고 봐요. 타이틀은 딸수록 좋은 것 같네요.


○남자 박지성

-화제를 바꿔볼까요? 이상형이 누구에요?

“사실 제가 일반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런 점을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이상형이라고 봐요. (키가 큰 여자, 작은 여자?) 특별히 신경은 안 쓰는데 아무래도 너무 크면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그렇다면 날씬한 여자?) 요즘 우리나라 여성분들이 워낙 날씬하셔서 그런지 전 그렇게 마른 여자는 좀 별로인데요.”

-유명세를 타기 전 미팅과 소개팅은 자주 했어요?

“(웃음) 미팅은 한국에서는 해본 적이 없고 일본에서 해봤어요. (일본사람들이랑?) 맞아요. 3대3이었나? 4대4였나? 하여튼 그랬죠. 뭘. (웃음) 전 잘 되진 않았고 친구들이 잘 됐어요.


-나중에 아내가 생긴다면 언제 실감이 날까요?

“‘밥 차려놨다. 일어나서 밥 먹어라’란 말을 들을 때요. (대답은 어떻게?) 음, 잘 먹을게.”

-광고를 찍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적 있나요?

“(한참을 생각하다) 특별히 힘들었던 건 없는데 아무래도 연기자가 아니라서 그런가? 표정 연기가 필요할 때 잘 안 되더라고요. 아무튼 그게 가장 어려웠어요.”

맨체스터(영국) | 전지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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