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빅3 정복…맨유 에이스 부상

입력 2010-03-22 17: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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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1 균형 깬 역전 결승 헤딩골
골 찰나 수비와 마찰 왼쪽귀 출혈
빅3팀 상대 골맛…팀 주축 진가
대표팀 중앙MF 전술다양화 호재


21일(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벌어진 리버풀 전은 박지성(29·맨유)에게 프리미어리그 진출 후 가장 짜릿했던 순간 중 하나로 기억될 듯 하다.

박지성은 후반 15분, 다이빙으로 결승 헤딩골을 터뜨린 뒤 홈 팬들 앞으로 달려가 가슴을 두드리며 마음껏 포효했다. 몸을 날릴 때 상대 글렌 존슨의 발에 긁혀 왼쪽 귀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11일 AC밀란(이탈리아)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쐐기골, 15일 풀럼전 도움에 이은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이자 올 시즌 3호골(리그 2호골). 박지성이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작성한 건 맨유 입단 첫해였던 2005~2006시즌 이후 두 번째다.


●리버풀 정복

프리미어리그 빅4(맨유, 리버풀, 아스널, 첼시) 가운데 리버풀은 박지성에게 득점을 허락하지 않았던 유일한 팀이었다.

박지성은 그 동안 아스널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2006년 4월 10일 아스널과 홈경기에서 맨유 입단 후 리그 마수걸이 골을 터뜨렸고, 2009년 5월 UEFA 챔스리그 4강 2차전에서는 선제골을, 올 시즌 3월 리그 30라운드에서는 추가골을 기록했다.

박지성이 골을 넣은 아스널과의 3경기에서 맨유는 모두 승리했다.

첼시를 상대로는 2008년 9월 원정경기에서 귀중한 선제골을 작렬했다.

그리고 맨유 입단 후 5시즌 만에 ‘난공불락’ 리버풀을 상대로 그것도 결승골을 터뜨리며 빅4를 상대로 모두 골 맛을 보는 값진 기록을 세웠다. 영국 더 타임즈 온라인은 “박지성이 아스널, AC밀란, 리버풀과 같은 강팀을 상대로 골을 뽑아내며 팀의 핵심선수 임을 증명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3월의 사나이

박지성은 역시 ‘3월의 사나이’였다. 맨유 입단 후 터뜨린 15골 15도움 중 7골 5도움을 3월에 올렸다. 전체 공격포인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나 된다. 득점 비율은 절반에 가까운 46%다.

경기 내용도 좋았다. 2007년 3월 14일 볼턴과의 경기에서는 첫 멀티 골을 작렬했고, 작년에도 3월에만 뉴캐슬, 풀럼, 리버풀을 상대로 1골 2도움을 뽑아내며 맨유 공식 홈페이지가 선정한 ‘3월 최고의 선수’가 됐다. 영국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이날 헤딩 결승골을 넣은 박지성을 팀 동료 대런 플레처와 함께 프리미어리그 31라운드 ‘베스트 11’로 선정했다.

유독 3월에 강한 면모를 과시하는 건 그의 신체주기와도 관련이 깊다.

그동안 매 시즌을 앞두고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며 대부분의 복귀전을 연말 내지는 연초에 치렀던 탓에 3월경이 되면서 본격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정확한 헤딩 타이밍

또 하나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머리로 득점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맨유 입단 후 헤딩골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07년 2월 11일 찰턴과의 경기에서 전반 24분 에브라가 올려준 높은 크로스를 솟구쳐 올라 머리로 골문을 갈랐고, 2008년 3월 2일 풀럼과의 경기에서는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스콜스의 크로스를 받아 헤딩으로 연결했다. 3골 모두 장신 수비수와의 경합을 이겨낸 정확한 타이밍이 돋보였다.

키는 크지 않지만 낙하지점을 정확하게 포착해 낸 감각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득점들이었다.


●중앙 MF 활용 가능성

박지성은 이날 원래 자리인 측면이 아닌 중앙 미드필더로 뛰었다.

퍼거슨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하면서 최전방 웨인 루니 바로 아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박지성을 배치했다. 11일 AC밀란과의 챔스리그 16강전에서 상대 플레이메이커 피를로를 전담마크하며 ‘피를로 지우개’라는 별명을 얻었던 박지성은 이날은 좀 더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좌우를 가리지 않는 왕성한 활동력으로 상대 수비를 헤집었고 웨인 루니, 나니, 발렌시아와도 여러 차례 간결한 패스를 주고받으며 찬스를 만들어냈다. 지금까지 박지성이 뛰었던 어느 경기보다 골 찬스가 많았던 것은 이날 박지성의 포지션 변화가 성공적이었음을 입증하는 근거 중 하나다.

박지성의 자리 이동은 월드컵을 앞둔 대표팀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대표팀에서는 주로 측면 요원으로 활약했지만 본선에서 부상, 징계 등의 변수가 생기거나 경기 상황에 따라 허정무 감독이 박지성을 중앙으로 돌리는 전술 변화를 단행할 수 있는 여지를 준 셈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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