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두근두근 월드컵] “영웅 박지성 있기에…한국 월드컵 16강 간다”

입력 2010-03-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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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사커 가빈 해밀턴 편집장(오른쪽)이 스포츠동아 전지혜 통신원과 남아공월드컵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런던(영국) | 전지혜 통신원

한국 축구를 말하다 - 영국 월드사커 편집장 해밀턴
영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권위 있는 월간 축구잡지 월드사커. 1960년부터 출판된 월드사커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전문지다. 가장 오랜 시간 출판되고 있는 역사 깊은 전문 축구 잡지여서 영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높다. 스포츠동아는 창간 2주년을 맞아 영국 런던 사우스워크에 위치한 월드사커 사옥 9층에서 총 책임자 가빈 해밀턴 편집장과 단독 인터뷰를 했다. 유럽의 이달의 팀과 올해의 팀을 선정하는 ESM(European Sports Media)의 멤버이기도 하고, 영국 내에서는 올해의 선수, 올해의 감독, 올해의 팀, 올해의 영 플레이어, 올해의 심판을 선정한다.총 책임자와 인터뷰가 성사되기까지 많은 공을 들여야 했다. 바쁘다는(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던) 이유로 거듭 인터뷰를 고사해온 해밀턴 편집장은 스포츠동아의 끈질긴 부탁에 결국 웃으며 수락했다.

월드사커? 월드사커는 축구종가 영국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월간 축구잡지로 인정받고 있다. 1960년부터 출판돼 50년 역사를 자랑한다. 가빈 해밀턴 편집장은 유럽 이달의 팀과 올해의 팀을 선정하는 ESM(European Sports Media)의 멤버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축구 전문기자 중 한 명이다.




1. 한국축구 월드컵 16강 가능할까요?
나이지리아 내분, 그리스는 전력에 한계
체력-정신력 앞선 코리아 조2위 해낼 것
최강 아르헨전은 주포 메시 봉쇄가 관건




○최고 축구 전문가가 보는 한국 축구

최고의 축구기자가 바라보는 한국 축구는 어떨까.

“사실 2002년 월드컵 전까지 한국 축구에 대한 기억은 1966년 북한이 런던월드컵에서 8강에 올랐던 것 뿐”이라고 털어놓은 그는 2002한일월드컵 이후 본인 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놀랐고 한국 축구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월드컵 4강 진출은 분명 전 세계가 놀랄만한 일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언제나 홈 팀은 좋은 성적을 내기 때문에 한국팀의 선전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남아공월드컵 전망은 어떨까. 일단 그는 “물론 아르헨티나가 가장 강팀이다. 메시를 어떻게 막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라며 최근 물이 오른 아르헨티나의 공격력에 혀를 내둘렀다.

그래도 활짝 웃으며 “언제나 희망은 있다”며 한국팀의 선전을 바랐다.

“이번 월드컵 조 편성은 한국에 꽤 괜찮다고 본다. 나이지리아는 감독과 관련해 많은 문제가 있다. 기본적으로 훌륭한 선수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제도적인 문제가 그들을 괴롭혔다. 그래서 선수들은 국가대표라는 자부심과 정신력도 약한 편이다. 그리스는 체력과 조직력이 좋다. 하지만 선수 자원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나이지리아와 그리스와의 경기는 한국에는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아스널의 웽거 감독이 아르헨티나가 1위 나이지리아가 2위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하자 “객관적인 전력과 그간의 기록들을 본다면 웽거의 추측도 논리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는 정말 문제가 많은 팀이다. 감독 문제뿐 아니라 재정적인 문제도 크다. 선수들의 수당과 보너스가 잘 정비되어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선수들에게 최고의 전력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웽거와는 달리 한국의 2위에 더 높은 가능성을 부여했다.


○최고가 바라봐도 최고인 영웅 박지성


오랜 경험 때문일까. 해밀턴 편집장은 한국과 일본의 국민정서를 익히 아는지 한국 축구를 일본과 비교하며 더욱 높은 점수를 줬다.

물론 그 중심에는 박지성(맨유)이 있었다.

“한국이 일본보다 강하다고 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최고 레벨 팀에서 뛰는 선수가 있고, 일본은 없다는 점이다. 유럽에서 활약하는 일본 선수는 꽤 많지만 박지성처럼 최고 팀에서 뛰는 선수는 없다”고 밝힌 그는 박지성이 골을 기록했던 맨유와 AC밀란 경기 얘기를 꺼냈다.

“챔피언스리그는 가장 수준 높은 리그다. 아마 월드컵보다 더 어려운 게임일 것이다. 그런 경기에서 득점을 할 수 있는 선수가 한국에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물론 축구는 11명이 함께 뛰는 경기지만 한 두 명의 메인 플레이어가 그 팀을 좌우한다고도 할 수 있다. 유럽 팀을 봐도 그렇다. 게오르게 하지는 ‘발칸의 마라도나’라고 불리며 80∼90년대 루마니아를 이끌었다. 스토이치코프 역시 불가리아의 축구 영웅이다. 한국에도 박지성이란 영웅이 있다는 것은 이번 월드컵에 매우 좋은 징조를 준다.”

볼턴의 히어로인 이청용에 대한 얘기도 잊지 않았다.

“이청용은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 눈여겨 볼 점이다. 그래서 적응도 빨랐던 것 같다. 그동안 볼턴에 창조적인 플레이로 골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스타플레이어가 딱히 없었는데 이청용이 볼턴에 그런 존재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2. EPL 활약 태극전사들 어때요?
최고 무대 휘젓는 박지성은 한국의 축복
이청용 창조적 플레이로 볼턴의 별 부상
“월드사커에 박지성 인터뷰 싣고 싶어요”




○강도 높은 정신력과 열정이 한국 축구의 강점


해밀턴 편집장은 박지성, 이청용에 이어 한국 선수들 전반에 대해 칭찬을 했다. 2002한일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함께 파주NFC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한국 선수들의 엄청난 훈련량에 놀랐다고 했다. 강도 높은 훈련에서 나오는 강인한 정신력이 다른 아시아 선수들 보다 한국 선수들이 유독 유럽 리그에 잘 적응하는 이유로 꼽았다.

“환경과 풍토가 전혀 다른 리그에 적응하는 것은 모든 선수들에게 힘든 일이다. 한국 선수들은 이미 체력적으로 준비가 잘 되어 있는 데다 강인한 정신력까지 갖춰 어느 아시아 선수들보다 유럽 리그에 훌륭하게 적응하는 것 같다.”

해밀턴 편집장도 “박지성의 성공 후 많은 유럽 팀들이 아시아 선수들을 관찰하고 있다”고 인정하듯 박지성은 한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의 길을 열었고, 이청용을 비롯한 유럽파 2세대 후배들이 각지에서 최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제2의 박지성, 이청용을 꿈꾸는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하자 그는 “너무 어린 나이에 유럽에 진출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자국 프로리그에서 몇 년 간 기본기를 닦은 후 유럽에 진출하는 것도 늦지 않다. 아시아에도 챔스리그가 있다. 서둘러 유럽으로 떠나기보단 일단 꾸준한 경험을 쌓는 것을 권하고 싶다”는 예상 밖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앞으로도 한국 선수들의 성공적인 유럽진출은 계속 될 것이라 확신했다. “더 많은 한국 선수들이 유럽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프리미어리그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한국 선수들은 활동량이 많고 열정적이다.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은 선수가 지니고 있는 스킬도 중시하지만 선수의 열정에 더 많은 가치를 둔다. 그간 보여준 한국 선수들의 열정은 프리미어리그 스카우터의 마음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한 시간 가량의 인터뷰가 끝난 뒤 이번엔 해밀턴 편집장이 질문을 던졌다. 박지성과 인터뷰를 해본 적이 있냐는 질문이었다. “그렇다”고 하자 자신은 아직 박지성을 실제로 본 적이 없다면서 “그의 성격이 어떻냐?” “인터뷰하기 좋은 사람이냐?”는 등 갖가지 질문을 늘어놓았다.

“박지성은 ‘좋은 선수가 되고 싶을 뿐, 스타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하더라”고 전하자 그는 크게 웃으면서 조만간 월드사커에 박지성의 인터뷰를 싣고 싶다고 했다. 영국 최고 축구 권위지의 편집장까지 박지성과 인터뷰를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 때문에 인터뷰는 더 유쾌했다.

런던(영국) | 전지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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