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달라고 얼마나 소리를 질렀을까… 어서 바다에서 나와 엄마 품에 안겨다오”

입력 2010-04-0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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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종자 어머니들의 눈물
“생존자에게 오히려 감사해요 그 사람들마저 없었다면 우리 아들 얘기 누가 해줄까요”
이르면 내일 생존자들과 면담


“사랑하는 아들아, 바닷속에서 얼마나 춥니…. 빨리 엄마 품에 안겨오면 좋겠다. 아들만 품에 안겨주면 이젠 더 바랄 게 없겠다….”(실종자 안경환 중사 어머니)

6일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 어머니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의 애끊는 심경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평택=사진공동취재단

6일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있는 경기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 강당. 오후 3시가 지나자 어머니들이 오열하는 소리가 넓은 강당을 가득 메웠다. 이날 실종된 승조원 46명 가운데 어머니 23명은 “할 말이 있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어머니들만 언론에 나선 것은 지난달 26일 천안함 침몰 사건이 일어난 후 처음이었다.

어머니들은 저마다의 가슴속에 쌓아 놓은 한(恨)을 하나씩 토해내듯 울면서 말했다. 가장 먼저 한 얘기는 “생존자들이 만나줘서 고맙다”는 것이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전날 “생존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고 이 요청이 받아들여져 이르면 8일 천안함 생존 승조원들과 면담한다.

“(생존자들이) 살아 돌아온 것을 시기하거나 미워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생존자들에게 오히려 감사해요. 그 사람들이 없으면 우리 아들이 군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아무도 얘기해 줄 수 없잖아요. 정말…고마워요.”

어머니들은 생존자들에게 고맙다는 얘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들이 어떤 아픔을 지니고 돌아온 줄 알기에, 함께 부대로 귀환하지 못한 동료의 어머니들을 만나준다는 사실 자체를 고마워했다.

어머니들이 사실상 아들에게 ‘사망선고’를 내렸던 천안함 구조작업 중단 결정에 대해 말할 때는 흐느낌이 점점 커졌다. “사고 난 곳으로 갔더니 아무것도 진척된 일이 없었어요. 2명씩 바다에 들어갔다 나오는데 어떻게 우리 아들을 구하나요. 이젠 45명 모두 배 안에만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입니다.”

안타까운 사연들도 이어졌다. 서대호 하사의 어머니 안민자 씨는 “아들이 원래 대천함을 탄다고 했는데 ‘천안함에 자리가 비어서 타게 됐다’고 공중전화로 알려줬어요. 다른 배를 탔으면 변을 안 당했을 텐데…”라며 울었다. 임재엽 중사의 어머니 강금옥 씨는 “아들이 7월에 중사로 진급하는데…결국 그 계급장을 못 달고 간다”며 “제발 우리 아이 살려서 진급하게 해 달라”고 통곡했다.

정범구 상병의 어머니 신복섭 씨는 숙소가 있는 2함대사령부 안에서 정복 입고 다니는 같은 또래의 해군들을 볼 때면 아들 생각에 저절로 눈물이 난다고 했다. “모두 우리 아들이 입고 있던 옷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있으니 볼 때마다 눈물이 나요. 아들이 그 컴컴한 배 속에서 살려달라고 얼마나 소리를 질렀겠어요. 그렇게 소리 질렀을 것만 생각하면 밥을 못 먹겠어요.”

기자회견 중간에 2함대사령부 부근의 평택 도곡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쓴 편지 51통이 도착했다.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고사리손으로 쓴 편지였다.

“저희도 매일 희망을 바라는 맘으로 뉴스를 봅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것이란 것도 알고요. 희망 잃지 마세요. 전 국민이 응원합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쓴 편지를 본 어머니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다시 울었다.

평택=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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