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잘 나가는 스타라면 으레 한 번 쯤 듣는 말이 있다. 칭찬과 질타의 중간쯤 되는 “TV만 틀면 나온다”는 말이다.
TV만 틀면 나오는 연기자, 그만큼 인기가 높다는 증거이지만 한편으론 ‘식상하다’는 평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연기자 김갑수는 최근 방송하는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연기자다. KBS 2TV ‘신데렐라 언니’와 SBS ‘제중원’에 출연 중인 그는 3월에는 이 두 작품을 포함해 KBS 1TV ‘거상 김만덕’과 KBS 2TV ‘추노’까지 무려 4편에 동시에 나왔다.
지난해부터 김갑수의 이런 다작 활동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개성 강한 연기력을 인정해 ‘김갑수 전성시대’라는 평가와 함께 ‘헷갈린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김갑수가 다작 출연을 하는 데는 숨겨진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극단을 운영하고 있어서다. 김갑수는 1998년 ‘극단 배우세상’을 창립했다. 당시 그는 “세대를 떠나 오직 배우가 중심이 되는 연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2006년에는 대학로에 100석 규모의 전용 소극장을 개관했다. 햇수로 12년 째 극단 대표를 맡은 그는 드라마 활동 틈틈이 극단이 만드는 연극에도 출연한다.
연극으로 시작해 드라마로 활동 무대를 넓힌 배우들은 많다. 하지만 김갑수처럼 드라마와 연극에 동시에 발을 딛고 양쪽에 열정을 쏟는 배우는 드물다. 소규모 연극을 주로 하는 탓에 ‘극단 배우세상’은 큰 수익을 남겨주지 못한다. 결국 극단 살림을 챙기기 위해 김갑수는 ‘총대’를 메야 했다.
물론 그의 잦은 드라마 출연을 꼭 극단 운영비 마련으로만 보는 건 무리다. “김갑수 만큼 출연하는 작품마다 다른 색깔을 드러내며 제 몫을 하는 배우가 드물다”는 게 드라마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추노’에서는 잔인한 왕이었다가 ‘신데렐라 언니’에서는 따뜻한 아버지로 분한 것처럼 그의 변신은 언제나 자유롭다. 문근영, 서우, 옥택연 등 젊은 연기자가 주인공인 ‘신데렐라 언니’가 다른 드라마와 비교해 작품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김갑수의 공이라는 데 이의를 달기는 어렵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