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뒤 “나로 인해 피해를 입는 주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김창렬. ‘악동’이던 그를 변화시킨 1등 공신은 바로 아내이다.
“꼭 받아야하는 전화인데요?”
그를 만나는 동안 쉴 새 없이 휴대전화가 울렸다. 하지만 김창렬은 아랑곳 않고 술자리를 겸한 인터뷰에 집중했다. 빠른 속도로 술잔을 비우고 채우는 시간이 1시간쯤 흘렀을까. 또 다시 휴대전화가 울렸다. 휴대전화의 액정 화면을 보더니 이번에는 잠시 양해를 구하며 전화를 받았다. 그의 부인 장채희씨였다. 부인과의 통화가 끝난 그에게 물었다. ‘대화 도중에 ‘모조’란 단어가 자주 나오던데 도대체 무슨 뜻이냐’고. 김창렬은 멋쩍게 웃으며 휴대전화에 내장돼 있는 게임 설명을 해준 것이라고 했다. 10분도 채 안돼 다시 휴대전화가 울렸다. 역시 그의 부인이었다. 김창렬은 조금 전 했던 게임 설명을 다시 차분하게 되풀이했다. ‘결혼 7년차 부부도 이렇듯 다정할 수 있는 것이구나.’
대낮에 해도 될 인터뷰를 굳이 저녁 시간을 택해 그것도 술자리를 함께 하며 진행한 것은 고백하건대 조금 의도한 게 있었다. 그룹 DJ D.O.C의 멤버로서 한때 여러 사건, 사고에 관련돼 사회면 기사에 이름을 자주 올렸던 그였다. 특히나 김창렬이 연루된 파문 대부분은 생각해보면 주로 술자리에서 빚어진 것이었다. 지금은 누가 봐도 확 달라진 김창렬에게 무엇이 그를 변하게 했는지, 그리고 ‘진짜 변한 게 맞는지’를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조금은 흐트러지기 마련인 술자리에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친근하게 이정연(왼쪽 끝), 허민녕 기자와 술잔을 기울인 김창렬.(①)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술잔을 들이킨 김창렬은 ‘친구 같은 아빠’라고 자신을 소개했다.(②) “착한 척 하는 것 아닌가” 속으로 반문해 보기도 하는 김창렬은 “요즘은 참는 일이 늘었다”고 했다.(③)
○ 결혼 7년째, 그가 성숙해진 시간…친구같은 아내 ‘내가 잘해야 가족평안’ 일깨워줘
“물론 예전의 김창렬도 남아있죠.” 얼굴에 홍조 빛을 띤 채 그는 웃으며 말했다. 본인 스스로도 변했다는 점은 느끼지만, 과거에 비해 방송 활동이 많아진 탓인지 혹여 “착한 척 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가끔은 속으로 반문해본다고 했다. 이어 시원하게 소주 한 잔을 털어내며 김창렬은 “아내와 아이를 생각하며 참는 일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물론 지금도 운전하다가 누군가 갑자기 끼어들면 욕도 하고 그래요(웃음). 하지만 결혼 전엔 몰랐는데 나로 인해 피해를 입는 주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내가 잘하면 이 사람들도 조금 더 괜찮은 삶을 살겠지…. 그런 생각 많이 해요.”
악동 김창렬을 변화시킨 1등 공신은 “같이 게임을 즐기는 아내”가 아닐까. 김창렬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시했다. 부부로서 연을 맺은 지 올해로 7년째. 불같이 사랑했다가, 언젠가는 애틋한 마음이 들다가, 요즘은 “방귀를 틀 정도로 진짜 친구가 된 것 같은 이런 게 결혼인 것 같다”며 김창렬은 미소를 지었다.
○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다…공부랑 담 쌓은지 20년만에 대입검정고시 도전
사람, 특히 남자를 진정 철들게 하는 것은 자식이다. 김창렬도 7살 난 아들이 있다. 스스로를 “친구 같은 아빠”라고 소개한 그는 “그 아들 때문에 요즘 적잖이 사서 고생”이라고 말했다. 듣고 보니 ‘사서 고생’이 맞다. 8월 김창렬은 대입검정고시에 도전한다. 그는 말과 함께 가방에서 주섬주섬 문제집을 꺼내보였다. “틈틈이 공부는 하는데 그게 마음 같지 않다”며 김창렬은 머리를 긁적이곤 소주 한잔을 따라 달라고 했다.
“고2때 중퇴하고 제대로 공부해본 적이 있겠어요? 운전면허시험이 전부였을까…(웃음).” 그가 굳이 힘든 검정고시를 치르겠다고 작정하고 나선 이유는 순전히 아들 때문이었다. 김창렬은 “이번에 안 되면 내년, 내후년에도 될 때까지 응시할 생각”이라고 했다. “내년에 초등학생이 될 아들에게 ‘공부 왜 안하냐’고 아버지로서 말할 자격이 있는가 스스로 되물어 봤죠. ‘아빠는 뭐 한 게 있는데요’라고 어느 날 아들이 물어온다면? 아빠는 너 때문에 이렇게까지 했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 예쁜 딸을 ‘가슴’으로 낳고 싶다…외롭던 어린시절 추억 물려주기 싫어 입양 결심
대화가 계속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식탁 위에 소주병이 점점 늘어났다. 김창렬은 불현듯 기자들에게 “결혼한 주변 친구들에게서 제일 부러움을 느낄 때가 언제인 것 같냐”고 되물으며 자신은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들은 엄마고, 딸은 아빠 사랑이라는 게 맞는 말 같아요. 딸을 낳고 싶은데…아내와 너무 친구처럼 지내다보니 둘째가…하하.” 김창렬은 조심스레 입양을 고려 중이란 속내를 드러냈다. 그저 마음속으로 품고 있었던 것만은 아닌 듯, 그는 “절차가 꽤 까다롭더라”며 “조금 더 생활의 여유가 생긴다면 아내와 함께 예쁜 딸을 가슴으로 낳을 생각”이라고 했다.
그가 입양을 염두에 두고 있는 또 다른 배경에는 “대가족에 대한 욕구”가 깔려 있었다. 김창렬은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며 아들에게는 북적이는 집안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아버지는 중동에 일하러 가셨고, 엄마는 학습지 교사를 하셨지요. 자식 잘 키우려고 애쓴 것이지만, 그때 집에 오면 항상 혼자인 게 늘 쓸쓸했던 것 같아요. 전 다정한 아빠가 되고 싶어요.”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