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의 차범근 감독이 전격 자진 사퇴했다. 피곤하고, 집중력이 떨어졌으며 열정도 식었다는 것이 이유다. 차 감독은 야인으로 돌아가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뒤 아시아챔피언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스포츠동아 DB
6년5개월…“지치고 열정 떨어졌다”
2 퇴진압박 스트레스?
K리그 최하위 팬 비난에 마음고생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이 자진 사임을 결정했다. 차 감독은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언제부터인지 ‘타성에 젖어있지 않았나’를 자주 생각하게 됐다.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사임을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차 감독은 6월6일 열리는 컵 대회까지 지휘봉을 잡은 뒤 팀을 떠날 계획이다. 수원 안기헌 단장은 “계속해서 만류했지만 차 감독의 뜻이 워낙 확고해 받아들이기로 했다. 후임 감독 선임 작업은 제로베이스에서 시작 하겠다”고 말했다.
○지친 차 감독의 결심
차 감독은 2004년 수원 감독에 부임한 이후 6년5개월 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다. 정규리그 2차례(2004, 2008), 컵대회 2차례(2005, 2008), FA컵 1차례(2009), A3대회 1차례 우승(2005) 등 수 많은 우승컵을 수원에 안겼다. 개인적으로는 5년 만에 국내 모든 대회 우승을 석권하며 최고 지도자 반열에 올라섰다. 수원에서 거둔 통산 전적은 125승 75무 73패.
하지만 밝은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K리그 부진 등 어려움도 많았다. 특히 올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8강에 오르며 선전했지만 K리그에서 최하위에 머물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수원은 시즌 개막 전부터 이상호, 김두현, 박호진, 이관우, 염기훈 등 부상자들이 대거 나오면서 전력이 하락했다.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면서 선수들의 체력도 고갈돼 팀이 정규리그에서 힘겨운 레이스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차 감독은 “내가 지치고 열정이 떨어진 탓도 있고, 다양한 이유가 있어 K리그에서 성적이 나지 않았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 감독은 “정규리그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해서 자리를 떠나는 것이 아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분명 우리는 우승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내가 열정을 쏟아낼 수 없다고 판단해 쉬기로 결정한 것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퇴진 압박으로 인한 강한 스트레스
차 감독은 이번 시즌 K리그에서 연패에 빠지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시즌 도중 팀 창단 이후 최다인 6연패에 빠지면서 일부 서포터스는 경기 직후 감독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까지 펼쳤다. 게다가 지난달 24일 강원과의 홈경기 도중 호세모따가 상대 선수를 가격해 불미스러운 퇴장까지 당해 곤혹스럽게 됐다. 그러자 차 감독은 강원전 직후 모든 책임을 지고 사임할 뜻을 가지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차 감독은 이후 팀을 잘 정비해 챔피언스리그에서 승리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냈다.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승리한 직후에는 자신의 목표였던 ‘아시아 정상’을 향한 도전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워낙 마음고생이 심했던 차 감독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구단은 계속해서 차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기 위해 설득했지만 그는 한번 내린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