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Q|기상캐스터의 세계] ‘얼짱’ 박은지 “기상캐스터를 섭섭하게 하는말”

입력 2010-05-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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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캐스터는 몸이 재산이라 아프면 방송사고”라며 매일 늦은 밤에도 피트니스 클럽을 찾아 운동을 한다는 6년차 기상캐스터 박은지.

“기상캐스터는 몸이 재산이라 아프면 방송사고”라며 매일 늦은 밤에도 피트니스 클럽을 찾아 운동을 한다는 6년차 기상캐스터 박은지.

■ 기상캐스터의 하루

예보기사 직접 쓰고 매시간 수정까지
세계 날씨도 모니터링 속보경쟁 치열
6년차 베테랑, 눈감고도 서울 딱 짚죠


앞날 아는 사람 세상에 없다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단기적으로는 반나절, 길게는 일주일 후에 일어날 일을 꼬박꼬박 챙겨주는(심지어 친절하기까지 하다) 고마운 이들이 있으니, 바로 기상캐스터다. 황금의 절기를 맞아 나들이가 잦아진 사람들은 기상캐스터의 입에 일희일비한다. 모처럼 가족과 주말 나들이를 약속했다면 “이번 주말에는 강풍을 동반한 비가…”라는 예보는 “내일 오후 2시께 혜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는 비보와 다를 게 없다.

늘 우리 일상 곁에 존재하지만, 의외로 잘 모르고, 그래서 더욱 궁금한 기상캐스터의 세계. 과연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하루를 보내며, 어떻게 하면 될 수 있을까. MBC의 박은지(27) 기상캐스터를 만나 궁금증을 풀어 보았다.

● 기상캐스터는 여유만만?

정말 궁금했던 것은 기상캐스터의 하루. 뉴스에 등장해 날씨 예보를 하는 시간 빼고 의외로 널널한 편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기상캐스터 일이란 게 정상적이지 않고 매일 바뀌어서 딱히 ‘하루가 이렇다’라고 말하긴 어려운데요. 일단 아침에 출근하는 날은 오전 9시까지 방송사에 나가요. 출근해 오전용 기사를 쓰죠. 매 시간 라디오로 나가는 예보 방송은 캐스터가 써서 아나운서에게 전달해요.”



매 시간 방송되는 예보 기사를 5∼7번 정도 업데이트하며 쓴다. 이 일이 끝나는 것은 오후 6시. 이때부터 9시 뉴스데스크 준비를 한다. 기상청에서 저녁 예보가 나오는 것은 오후 5시쯤. 이걸 바탕으로 당일 밤과 다음날 아침 출근길 날씨를 방송 제작한다.

밤 9시 뉴스 방송 직전에 예보를 미리 녹화한다. 따라서 ‘9시 뉴스’ 시간에 보는 날씨예보는 엄밀히 따지면 생방송은 아니다. 현재 MBC의 기상 캐스터는 모두 6명. 보도국 사회1부 기상팀 소속으로 2005 년 이후 신규 인력을 뽑지 않아 6년차 박은지 캐스터가 막내다.

● 1초 차이로 울고 웃는 속보 전쟁

기상캐스터는 팩스에 민감하다. 요즘같은 인터넷 시대에 팩스라니. 기상청에서 인터넷에 데이터를 올리기도 하지만 속보와 수시 정보는 항상 팩스로 보내오는 탓이다.

“기상캐스터들도 속보 경쟁을 해요. 지진이라도 나면 정말 1초 싸움이죠. 민첩함과 순발력이 필요한 직업이라니까요. 좁은 저희 방에는 TV가 무려 10대나 놓여 있어요. BBC, CNN 등을 켜놓고 우리 속보와 비교하고 모니터링하죠.”

기상캐스터들이 가장 섭섭해 하는 말은 “작가가 써준 거 그냥 읽기만 하면 되잖아요”. 날씨예보 기사는 하나부터 열까지 기상캐스터가 직접 쓴다. 잘 쓰고 못 쓰고는 순전히 캐스터 개개인의 능력에 달려 있다.

기상캐스터가 방송할 때 다양한 정보와 그래픽이 등장하는 배경은 실제는 밋밋한 파란색 스크린으로 정식 이름은 ‘크로마키’라고 한다. “처음엔 우리나라 지도도 못 짚었어요. 소심하게 서울, 북한 정도 가리켰죠. 지금은요? 전주, 광주, 대전, 동해안, 서해안 척척 짚죠.”

● 아프면 방송사고…매일 퇴근 후 밤 12시까지 운동

박 캐스터는 대학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했다. 그의 방송에 날씨와 관련된 옷차림, 색깔, 소재에 대한 얘기가 자주 등장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대학 시절인 2003년에는 학교 추천으로 월드미스유니버시티대회에 출전해 본선까지 진출했다. 미인대회 출신답게 박 캐스터는 늘씬한 키와 몸매, 미모로 ‘얼짱 캐스터’의 대명사로 꼽힌다.

“세상이 많이 변했잖아요. 저도 연예인은 아니지만 솔직히 시청자에게 보여지는 하나의 상품이라고 생각해요. 조금이라도 더 잘 보이고, 더 사랑받고 싶죠. 사실 연예인의 기준을 잘 모르겠어요. 큰 카테고리에서 보면 모두 방송인이잖아요. 트랜드에 따라 우리 직업을 연예인처럼 볼 수도 있겠죠.”

최송현, 김혜은, 안혜경 등 기상캐스터 또는 웨더자키 출신 연예인이 점점 늘고 있다. 박 캐스터에게도 슬쩍 연예계 진출 의사를 물었다.

“처음 캐스터 할 때 많이 물어보시더라고요. ‘너, 1∼2년 하다가 나갈 거지?’하고요. 하지만 저 벌써 6년차인데요. 뭐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끝까지 방송인이고 싶어요.”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 출연 섭외가 많이 들어왔다. 그러나 선배 충고를 듣고 모두 거절했다. ‘그때 나갔으면 많이 후회했을 것’이란다. “지금은 어떨까”라고 물으니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상캐스터도 몸이 재산. 아프면 방송 사고다. 밤에 퇴근하면 회사 근처 피트니스 클럽을 찾아가 12시까지 웨이트, 런닝 등 ‘달밤의 체조’를 한다. 야채, 과일을 좋아하고 고기는 조금만. 술은 더 조금만. 요즘엔 필라테스에 푹 빠졌다.

박은지 캐스터는 Who?

2005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 대학 시절 월드미스유니버시티 대회에 출전했으며, 졸업 후 일본에서 웨더자키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2006년 1월 MBC 뉴스투데이에서 처음으로 시청자에게 날씨를 전하며 기상캐스터로서의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특유의 건강하고 밝은 이미지로 2009년에는 CF계에도 진출.
2008년부터 한국만성질환관리협회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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