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봉중근은 올해도 좀처럼 승운이 따르지 않고 있다. 봉중근이 6일 SK전 1회초 1사 1·3루 위기에서 박경완을 병살타로 유도한 뒤 혀를 내밀고 있다. 잠실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등판만 하면 팀타선 부진에 불펜 불쇼
QS 9회-2점대 방어율 불구 5승 그쳐
LG 윤학길 투수코치는 현역 시절 ‘고독한 황태자’로 불렸다. 최동원 이후 롯데 에이스 자리를 물려받았지만 1980년대 후반 팀이 암흑기에 접어들면서 외로운 역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좀처럼 깨지기 힘든 통산 100완투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 중 완투패도 26차례나 된다.QS 9회-2점대 방어율 불구 5승 그쳐
20여년이 흐른 지금, 아이러니컬하게도 윤학길 투수코치와 한솥밥을 먹고 있는 LG 봉중근이 ‘고독한 황태자’라는 별명을 물려받아야할 것 같다. 봉중근은 지난해 유난히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투수. 그런데 올해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5월 26일 잠실 KIA전 등 몇 차례 타자들이 대량득점을 올려줘 쉽게 승리를 거두는 게임도 있었지만 여전히 승운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특히 6월 들어 2차례 선발등판에서 역투를 펼치고도 승수추가에 실패했다. 1일 사직 롯데전에서 6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벌이는 등 6.2이닝 4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불펜이 역전을 허용하면서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그나마 팀이 6-5로 승리해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6일 SK전에서는 7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치며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9회에 2-2 동점을 허용하고, 결국 연장 12회에 2-3 역전패를 당했다. 올 시즌 SK전 7전패를 막기 위해 1회 타구에 발을 강타당한 뒤에도 불사른 투혼이 물거품이 되자 고독한 에이스는 경기 후 덕아웃을 떠나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였다.
봉중근은 올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4월 15일 2군에서 돌아온 뒤로는 에이스의 모습을 되찾았다. 총 12차례 선발등판해 9차례 퀄리티스타트. 방어율은 2.80이다. 그러나 5승3패다. 최근 6연속 퀄리티스타트 기간에 2승을 추가했을 뿐이다.
봉중근만 등판하면 침묵하는 타선. ‘신(新) 고독한 황태자’가 외로움에서 탈출할 날은 언제일지…. 그가 웃어야 LG도 웃을 수 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