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강윤구가 정민태 코치에게 묻다

입력 2010-06-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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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태 넥센 투수코치 일러스트

재테크 잘 하신다는데비법이 뭔지 궁금해요?
“짠돌이 작전…명품에 ‘명’자도 몰랐어”


Q1. 투수시절 이기고 싶었던 선수는?
A1. 선동열선배와 맞대결 원했었지

Q2. 슬로커브 잘 던지려면 어떻게?
A2. 현진이처럼 강약조절을 해야지


- 코치님은 당대 최고투수였지만, 의식한 선수가 있지 않았을까요? 저는 모든 왼손 투수가 맞수라고 생각하거든요.

“처음 프로에 들어왔을 때는 지금 삼성 감독이신 해태 선동열 선배하고 맞대결을 해보고 싶었어. 당시 신문에도 그런 인터뷰 내용이 나갔는데, 선 감독님께서는 그때 당돌한 나 때문에 어이가 없었을지 모르지만 난 언제 그분과 맞대결 한번 해보겠나 싶더라고. 그리고 한양대 1년 후배인 구대성보다는 잘 하고 싶었어. 그리고 넌 말이야. 모든 왼손투수가 라이벌이라고? 바보 같은 놈. 중간 투수도 라이벌이라고 생각할거야? 뛰어넘고 싶은 사람을 라이벌로 꼽아야지. 류현진 있잖아. 꼭 류현진을 넘어서겠다는 목표를 잡으라고.”


- 코치님께서도 2군 생활을 해 보신 적이 있으세요? 그 때 심정은 어떠셨나요?

“수술하고 2년 정도 2군에서 재활훈련을 했는데, 정말 주위의 차가운 시선 때문에 힘들었어. 나보고 직접적으로 뭐라 그러지는 않았지만 괜히 감독님, 코치님 눈치가 보여 죄인처럼 숨어 다녔지. 또 일본에서 2군 생활을 하며 찬밥신세가 됐을 때도 힘들었어. 1군에 올라와서도 중간계투로 뛰기도 했고. 어쩌면 재활훈련도 해보고, 2군, 중간계투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지금 그런 선수들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것 같아.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 있어서 소중한 시간이었지. 정말 중간계투 투수들이 연봉 많이 받아야 해.”


- 재테크를 잘 하신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어떻게 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누가 그래? 하하. 프로야구 선수는 일반 직장인보다 연봉이 많잖아. 어릴 때 큰돈을 만지다보니 씀씀이가 커지는 선수도 있는데 그래선 안 돼. 지금은 영원히 야구할 것 같지만 언제 무슨 일이 생겨서 야구를 그만둘지 몰라. 요즘 보면 네 또래들 명품 가방 하나씩 들고 다니더라고. 난 연봉 3억원 받을 때까지는 정말 명품이 뭔지도 몰랐다 이놈아. 현대 시절 강명구 회장님이 손가방 하나 선물해 주셨는데 그게 내가 처음 가졌던 명품이었어. 어릴 때 씀씀이가 커지면 나중에 줄어들지 않아. ”


- 현역시절 야구도 잘 하시고, 연봉도 많이 받으셨잖아요. 게다가 얼굴도 작고, 미남이세요. 혹시 유명 여자 연예인의 대시는 없었는지요.

“이놈 봐라. 또 엉뚱한 질문하고 있네. 야구 잘해서 스타가 되면 연예인과 만날 기회가 많지. 여기저기서 부르는 데도 많고…. 야구하는데 지장 받을까봐 난 여자 연예인들하고 노는 데 관심이 없었다. 진짜다. 네 나이 땐 여자 연예인한테 관심이 많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넌 나중에 스타가 되더라도 그쪽에 정신 팔리면 안 된다. 자기 관리 못하면 결국 성적 떨어지지. 그런 선수 보면 안타까워. 유니폼 벗고 나서 후회하면 뭐하냐.”


- 제가 러닝은 열심히 하는데, 빠르지는 않아요. 코치님께서도 달리기를 잘 하시지는 못했다고 들었거든요. 저랑 지금 한 번 뛰어보면 누가 이길까요?

“너도 보니까 참∼ 빠른 편은 아니더라. 지금은 모르겠다만 내 전성기였다면 너보다는 빠르지 않았을까? 하하. 내가 비록 느렸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뛴다고 뛰었다. 느린 것 하고 열심히 뛰지 않는 건 코치인 내가 척 보면 안다. 내가 두 눈 뜨고 널 지켜보고 있다.”


- 코치님께서 슬로커브를 가르쳐주시면서, ‘직구와 똑같은 폼에서 그냥 스윽 뺀다는 느낌으로 던지라’고 하시잖아요. 그런데 저는 잘 안되더라고요.

“넌 직구하고 슬라이더 2가지 피칭을 하는데 결국 더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류현진처럼 강약조절을 잘 해야 돼. 슬로커브가 보기보다는 익히기가 굉장히 어려워. 쉬우면 다 던지지. 노력 없이는 절대 안 된다.”


- 코치님께서는 술을 한 잔도 입에 안대시잖아요. 그런데 젊으셨을 때 선배들이 주셨을 때도 피하셨나요? 저도 체질적으로 술이 받지 않아요.

“내가 몇 번 널 데리고 가서 술 먹여봤는데 뭔 소리여. 농담이다. 너도 술 마실 체질은 아니더라. 얼굴도 금세 빨개지고. 난 대학 신입생 환영회 때 방장 선배가 날 데리고 다니면서 많이 커버를 해줬어. 프로에서도 선배들이 술을 주면 어쩔 수 없이 맥주 한두 잔 정도 마시기는 했지만 먹는 척 하다가 몰래 버리고 그랬지.”


- ‘투수로서 이것을 잃으면 끝이다’ 이런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나를 못 믿으면 절대로 좋은 공을 던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참 어려운 질문도 잘 한다. 많은 부분이 있겠지. 음, 항상 성실한 생활? 자기관리가 첫 번째지.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아. 그걸 소홀히 하면 끝이야. 윤구도 좋은 말 했네. 자신감이 중요해. 마운드 위에서는 ‘내 공 아무도 못친다’고 생각하고 던져야지.”


● 에피타이저

넥센 강윤구(20)는 ‘릴레이 인터뷰’에서 처음 으로 선수가 아닌 코치를 대상자로 지목했다. 같은 팀 정민태(40) 코치를 꼽은 것. 정민태 코치는 “선수끼리 인터뷰 주고받는 코너 아니었느냐”고 놀라면서도 기분 좋게 인터뷰에 응했다. 그러더니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롯데 로이스터(58) 감독을 꼽았다. 과연 로이스터 감독은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누구를 지명할까.


강윤구가 정민태 코치에게= 안녕하십니까, 코치님. 저 (강)윤구입니다. 제가 처음 프로에 들어 왔을 때 TV에서만 보던 훌륭한 투수가 우리 팀 코치님이라고 생각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설레었어요. 처음 훈련할 때가 생각납니다. 혼도 많이났죠. 사실 그 때 야구 잘 못해서 스프링캠프도 못 갔잖아요. 명색이 1차지명인데…. 코치님께서 스프링캠프 떠나시면서 말씀하셨던 것들을 한국(원당)에서 정말 죽어라고 집중훈련 했어요. 스로잉, 견제, 변화구, 퀵모션까지…. 팔꿈치 부상 때문에 2군에 내려가게 됐네요. 너무 죄송합니다. “너, 이제 야구 안 할 거냐?”고 다그치셔도 따뜻한 속마음은 잘 알고 있습니다. 강진에 온 뒤로도 가끔 제게 전화 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서두르지 않고 잘 준비해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6월4일 강진에서)


정민태 코치가 강윤구에게= 그동안 ‘릴레이 인터뷰’를 보니 선수들끼리 인터뷰가 왔다갔다 하던데 넌 무슨 생각으로 코치인 나를 걸고넘어지는지 모르겠다. 하하. 윤구가 처음 프로에 들어왔을 때 생각난다. 긴장해서 그런지 몰라도 포수에게 공만 던질 줄 알았던 녀석이었지. 견제나 퀵 모션은 아예 생각도 못하고. 행동도 독특해서 다들 너보고 어리바리하다고 했잖아. 그래도 공을 보니 1∼2년 잘 훈련하면 정말 좋은 투수가 될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감독님이나 나나 그래서 계속 기회를 주고 싶었던 거야. 그런데 넌 궁금한 게 뭐 그리 많아? 팔꿈치가 아파 2군에 있는데, 내가 가끔씩 전화하는 건 그 생활에 젖어 있을까봐 그런거야.(6월 9일 목동에서)


※ ‘릴레이 인터뷰’는 매주 월요일자에 연재됩니다.

정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정리|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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