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② 김현수가 김상현에게 묻다

입력 2010-04-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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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왕’ KIA 김상현이 ‘국내 최고 타자’ 두산 김현수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는 홈런 치는 법, 결혼 후 장점 등 야구선배로서, 인생선배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스포츠동아DB

“결혼하면 정말 야구가 잘 되나요?”
“그럼! 현수야 얼른 장가가”


두산 김현수(22)가 KIA 김상현(30)에게 물었다. 김현수는 현재 한국프로야구를 상징하는 아이콘. 김상현은 지난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비롯해 홈런과 타점 1위에 골든글러브까지 거머쥔 빅스타다. 김현수는 신고선수의 아픔을 겪었고, 김상현은 수년간 눈물의 2군밥을 먹는 등 두 사람은 공통점도 많다. 두 스타가 스포츠동아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김상현은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고심 끝에’ 한화 류현진을 지목했다.



Q. 방망이 가벼워도 홈런 ‘펑펑’ 상현 선배가 너무 부러워요
올해는 변화구도 잘 치시던데 젬병 탈출 비결은 뭔가요

A. 중심만 잘 맞으면 장타 문제없어! 변화구는 ‘3초 승부’ 노림수 덕분
난 후배 현수에게 되레 묻고 싶다. 타율 떨어져도 홈런치겠단 속내…



-방망이가 가벼운데 홈런을 많이 치시잖아요. (방망이) 무게가 가벼워도 홈런을 잘 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방망이가 무거워야 꼭 홈런을 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난 880g에서 시작해 시즌 막판엔 850g까지 떨어지지. 중심에만 잘 맞으면 가벼워도 충분히 넘길 수 있어. 혹시 기억해? 지난해 7월이던가, 네가 찾아와 방망이 하나 달라고 했던 게 떠오른다. 그날 내 방망이 갖고 나가 첫 타석에서 부러지면서 너 안타 때렸잖아. 빗맞고 배트 부러진 타구가 안타가 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네 스윙이 좋다는 얘기지. 너한테 되레 내가 궁금한 게 있어. 지금도 최고의 타자인데, 왜 방망이 무게를 바꾼다던가 굳이 타율을 떨어뜨리면서 홈런을 더 치겠다고 하는지 궁금할 때가 있어. 더 최고가 되겠다는 끊임없는 욕심 때문인가, 하하.”


-타석에서 변화구를 노리는지, 궁금합니다.

 
“지난해까지 김상현 하면 다들 변화구를 못 친다고 했지. 그 전에도 못 치긴 했지만 못 칠 것 같은 마음은 없었는데 말이야. KIA 오면서 하체 밸런스를 잡고 때리니까 그때부턴 제대로 되더라. 물론 변화구를 노리지. 투수가 내 앞의 두 타자에 대해 어떻게 볼 배합을 하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타석에 서지. 노림수를 갖고 서는데 당연히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지. 맞으면 휘두르는 거고, 틀리다 싶으면 3초, 딱 3초 동안 다시 생각하고 타석에 다시 서.”


-현재 몸 상태는 좋으신가요.
 
“그저 그래.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고. 100% 몸 상태가 아니라는 건 언제나 안고 가야할 문제니까. 그런데 뭔지 모르는 부담감은 좀 있다, 아무래도. 하하.”


-결혼 후 야구가 잘 되는 것 같은지.
 
“곁에서 날 돌봐주고 뒷받침해주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큰 힘이 되지. 힘들 때 위로해주고, 잘 할 때 함께 기뻐해주는…. 게임 끝나고 집에 들어갈 때 항상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큰 기쁨이야. 그래서 아내한테 항상 고맙지. 5월이면 기다리던 아기가 태어난다. 아빠가 된다는 게 뭔가 다른 느낌이야. 정말 좋아. 너도 빨리 장가가.”


-결혼하기 전과 한 후에 달라진 점은 뭔가요?
 
“계속 결혼에 관해 질문하는 걸 보면, 이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데. 혹시 올 가을에 청첩장 주는 거 아냐? 하하, 달라진 게 많지. 좋은 점이 훨씬 많고. 이거 어린이들 보면 안 되는 얘기인데, 와이프가 많이 괴롭히면 힘들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하하. 너한테 해주고 싶은 말은, 더 놀고 총각을 즐기고 싶다면 결혼을 늦게 하고, 진짜 야구에 전념하고 싶고 좋은 인연이다 생각하면 얼른 하란 말이야. 근데 너 옆에 정말 누구 있지? 한번 자리 만들어. 유부남이 여자 잘 본다. 내가 밥 사줄게.”


-정말 목표하는 꿈을 알려주세요.
 
“꿈이라. 글쎄 알겠지만 난 지난해 KIA로 다시 돌아왔을 때, 꿈을 꿀 수 있는 여유가 없었어.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했으니까. 어쩌면 처절할 정도로 부담감도 느꼈고. 그런데 열심히 하다 보니까 야구선수로서 내가 언젠가 마음속에 품었던 모든 것을 이뤘지. 팀도 우승했고, MVP도 타고 홈런·타점왕도 먹고. 올 시즌 목표? 그러고 보니까 아직 딱히 없네. 난 매 시즌 전 올해 타율은 얼마 해야겠다, 홈런은 몇 개 쳐야겠다, 그렇게 숫자로 목표를 만들지는 않아. 그럴 입장도 아니었고. 지난해도 시즌 치르다 보니까 홈런왕도 타점왕도 노려볼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던 거지. 올해도 마찬가지야. 시즌 착실히 치르다 보면 언제쯤 목표가 다시 생기겠지. 새로운 꿈을 만들어가며 다시 도전해보고 싶어. 참, 아까도 말했지만 현수는 최고 위치에 있으면서도 항상 변화를 시도하고 그런 모습이 참 보기 좋아. 타율이 떨어지더라도 홈런을 더 치고 싶다고 했지? 내가 정답을 가르쳐줄게. 아주 간단해. ‘홈경기에선 안타 치고, 원정 짧은 구장에 가서 욕심 부려라.’ 이게 내가 해주는 답이야. 하하.”

정리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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