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이대호가 장원삼에게 묻다

입력 2010-05-03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새 무기 장착…수싸움에 머리 터질걸요”
[애피타이저]


《● 이대호가 장원삼에게 = 작년 한해 동안 마음 고생이 많았을텐데, 뒤늦게나마 삼성으로 이적해서 빨리 적응 잘 하고 있는 네 모습을 보면서 형으로서 기분이 너무 좋다. 넌 항상 예의바르고 좋은 동생이지. 내가 배워야할 만큼 자기 관리도 철저하고.

네가 마산 놈이라 더 마음이 가기도 해. 너랑 (류)현진이랑 내가 제일 좋아하잖아. 기회가 닿으면 대표팀이든, 어디서든 꼭 같은 팀에서 뛰고 싶기도 하고.(4월22일·사직구장)


● 장원삼이 이대호에게= 형, 잘지냈죠? 아직 롯데랑 한번도 게임이 없어 저도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인터뷰에서 만나니까 색다른 기분이네요.

요새 초반부터 억수로 잘 나가시던데, 형수님이 특별식이라도 챙겨주나 보네요. 내도 좀 챙겨주이소∼. 혼자만 잘 나가지 말고예.^^ 저도 형이 늘 친동생처럼 잘 챙겨 주시는 거 느끼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형이랑 함께 했던 여러번의 대표팀 생활이 제 인생에서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어요. 특히 올림픽 금메달이요. ㅋㅋ. 형은 올해부터 한 집안의 가장이 되셨으니 부상 없이 좋은 모습으로 올 시즌 내내 멋진 4번 타자가 되시길, 저도 응원할게요! 그래도 제 볼은 홈런 치지 마이소∼∼. ㅋㅋ. (5월 1일)》

이번 주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은 롯데 이대호(28)와 삼성 장원삼(27)이다. 두 사람은 대표팀에서 고락을 함께 하며 누구보다 가까운 ‘절친’이 됐다. 선수가 선수에게 묻고 답하는 릴레이인터뷰는 평소 기자가 중간에서 전달자 역할을 하고 정리하는데, 이번엔 특별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장원삼.


답변자인 장원삼은 주중 경기 우천 취소 등으로 기자와 제대로 만날 시간을 갖지 못하자, 미리 건네준 이대호의 질문에 대한 답변서를 직접 작성, 스포츠동아에 FAX로 보내왔다. 장원삼의 답변을 원문 그대로 옮긴다. 사실 이대호는 인터뷰 대상으로 장원삼을 지목한뒤 직접 장원삼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통보해주는 친절함을 발휘했다.

1일 사직구장에서 만난 이대호는 “원삼이가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누굴 찍었느냐?”고 궁금해 했는데, 장원삼에게 선택(?) 받은 선수는 KIA 윤석민(24)이다. 여섯 번째 릴레이 인터뷰, 장원삼의 윤석민 인터뷰는 10일자 지면을 통해 공개된다.


-팀을 옮긴 뒤 마인드에 달라진 게 있어?



새 팀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을텐데, 잘하고 있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아무래도 제가 작년에는 어깨도 안 좋고 이래저래 너무 부진했었잖아요. 그래서 올해에는 스프링캠프 떠날 때부터 맘을 단디 묵고 갔습니다. 올해 무조건 만회해야한다는 생각으로요. 그래서 정말 열심히 몸 만들고 왔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새로운 팀에 적응하려고, 조금은 긴장하고, 모든걸 새롭게 다짐하고 임하게 된 것도 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스피드가 한 때 떨어졌다가 다시 5km 정도 회복된 것 같더라. 지금 145km정도 나오는 것 같던데. 도대체 다시 스피드를 올린 비법이 뭐야? 우리 팀 투수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묻는 거야.

“확실히 작년에는 캠프 때 훈련을 100% 제대로 못한게 컸던 거 같아요. 그걸 제가 뉘우치고, 4주 기초군사훈련 다녀와서부터 창원 집에서 등산도 다니고, 동네 수영장에서 수영도 거의 매일하면서 캠프 가기 전부터 준비를 착실히 해 놓았던 게, 캠프에서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하체를 중심으로 하는 기본 운동에 신경을 썼던게 조금 달라지게 된 비법이 아닐까요?”


-넌 사실 구종은 몇 개 안 되잖아. 하하. 그래도 워낙 컨트롤이 좋으니까. 네 직구는 워낙 컨트롤이 좋아 150km 넘어가는 볼보다 타자 입장에선 더 힘들지. 구종이 다양하지 않으면서 마운드에서 그렇게 자신감이 넘칠 수 있는 비결은 뭐야?

“왜요∼∼∼. 저 나름대로 구종 다양해요∼. 직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다 던지는데, 그나마 제일 자신 있는 볼이 직구랑 슬라이더라서, 주로 이 두 가지 구종을 실전 게임에서 많이 던지니까, 다들 단조롭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올해는 커브랑 체인지업을 많이 던지려 하고 있으니, 형도 생각 많이 하시고 타석에 서야 할걸요. ㅋㅋ. 공도 느린데 자신감이라도 있어야 되는거 아닙니까? ㅋㅋ.”


- 내가 네 볼을 잘 친 것으로 기억하는데, 일부러 친한 형이라고 살살 던져주는 건가?

“에이 그래도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건데, 그럴 리가 있겠습니꺼? 근데 진짜 제 기억에도 형이 저한테 거의 4할 가까이 친 것 같은데, 잘 친 정도가 아니고, 살벌하죠(이대호는 장원삼과 맞대결에서 통산 25타수 11안타, 타율 0.440에 2홈런을 때렸다).

2006년에 형이 트리플크라운 달성하는데도 제가 나름 일조한 것 같은데요? 아차, 2008년 올스타전때도, 제 공으로 홈런쳐서 MVP 탔잖아요. 그 때 받은 TV는 신혼집에 잘 걸려있어요? 구경 한번 가야겠네예. ㅋㅋ.”


-이건 또 하나 정말 묻고 싶었던건데, 마운드에서 날 보면 왜 그리 웃는거야? 뭐가 웃긴 거야, 왜 그리 웃는지 말해봐.

“형이 먼저 타석에 들어서서 웃길래 저도 같이 웃는 거죠. 그럼 울으이소. 내도 울게예. 좋으니까 웃고 하는거죠∼.”


- 팀에서 누가 제일 잘해줘? 오승환이나 (박)진만이 형이 잘 챙겨주나?

“(오)승환이 형이랑 (박)진만이 형은 대표팀 때부터 잘 알고 지내서, 물론 잘 챙겨주고요. 다른 선배님들이나 친구들도 다들 편하게 대해주시고, 잘 챙겨주셔서 적응하는데는 문제 없어요. 특히 요새는 룸메이트가 (배)영수형인데, 아무래도 붙어있는 시간이 많고 하니까 야식이랑 맛있는 것도 자주 사 주시고, 특히 더 잘 챙겨줘요. 저로서는 너무 고맙죠. ^^.”


-나이도 찼는데, 이제 장가가야지. 내가 결혼해보니까 너무 좋더라. 여자 친구있나? 있으면 빨리 데려와. 내가 여자 보는 눈이 좀 있잖아.

“작년이랑 올해는 형도 알다시피 야구만 신경 쓰기도 바빴어요. 아직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황인데, 일단 올해 좀 잘 해 보고 나서 여유 생기면 형한데 제일 먼저 멋∼∼진 여자친구 데리고 갈게요. 근데, 결혼하니까 뭐가 그리 좋길래 자꾸만 장가 가라 하는 겁니꺼? ㅋㅋ.”

정리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