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상현-한화 류현진. [스포츠동아 DB]
③ 김상현이 류현진에게 묻다
③ 김상현이 류현진에게 묻다○김상현= 현진아, 혹시 기억하니? 지난해 내가 현진이 너에게 12타수 2안타 정도 친 것 같다.(웃음) 삼진도 진짜 많이 당했고.(실제 기록은 김상현이 기억한 것보다 더 안 좋은 15타수 1안타 삼진 4개, 타율 0.067이었다) 지난해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현진이에게 홈런을 단 1개도 못 쳤다. 어쩌면 그렇게 내가 노리는 것과 항상 정반대의 공을 던지니? <4월 10일 대구구장>
○류현진= “하! 하! 하! 형, 그런데 1안타 아닌가요?(순박한 외모와 달리 역시 ‘수읽기의 달인’에 걸맞게 류현진은 명민한 구석이 있다. ‘12타수 2안타 정도 친 것 같다’는 대목을 읽어주자마자 ‘어, 1안타인데’라고 바로 정정했다) 그런데 홈런은 올해도 쉽게 못칠 것 같은데요. 안 맞을 거고요. (김)상현이 형, 제 공은 못 쳤지만 다른 투수 공은 잘 쳤으니 계속 그랬으면 좋겠어요.(웃음) 저도 쉽게는 안 맞을 거예요. 결혼 하셨으니 가장으로서 운동도 열심히 하시고, 아들 딸 많이 낳으세요. (홈런왕은) 지금으로서는 우리 팀 (김)태완이 형이 더 나은 것 같은데요.(웃음). 앞으로도 더 분발하시길 바랄게요.<4월 13일 대전구장>
Q: ‘수읽기의 달인’인가보다
내가 홈런 한번 못쳤잖아
A: 하던대로 던지는 것뿐인데
상현형이 저한테 약하니까
Q: 아참, 해외 진출과 결혼
현진이의 속마음은 뭘까
A: 저는 글로벌스타 될거예요
결혼요? 여친이 없어서…
KIA 김상현(30)과 한화 류현진(23)은 딱히 교집합이 없다. 김상현은 오랜 무명생활을 견디다 지난해 어쩌면 마지막 기회에서 기적처럼 꽃을 피웠지만, 류현진은 2006년 데뷔 첫 해부터 최고였다. 그러나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 만개한 순간은 달랐어도 어느 순간 프로야구의 투타 정점에 오른 두 스타는 친근하게 서로를 탐색했다. 그 속에서 둘에게는 친밀감마저 생겨난 듯하다. 김상현으로부터 정밀탐색을 받은 류현진은 롯데 이대호를 다음 릴레이인터뷰 상대로 지목했다.
-솔직히 정말 묻고 싶은 게 있었어. 물론 정답은 ‘김상현’이겠지만 이대호, 김현수, 김동주, 김상현 중 가장 상대하기 쉬운 타자가 누구야? 솔직히 말해줘!
“(해맑게 웃으며) 상현이 형이 젤 편해요. 많이 안 맞았으니까 더 편한 것 같아요. 대호형 하고 동주형은 솔직히 잘 쳐요. 우타자라 더 힘든 것도 있고. (단호하게) 이제까지 제 공만 유독 잘 치는 천적 타자는 못 만나본 거 같아요.”
-어쩜 그렇게 쉽게 공을 던지는 거야? 현진이를 상대할 때면 글쎄, 뭐랄까, 십수 년 프로에서 뛴 베테랑을 마주한 느낌이랄까? 정말 부러운 너의 그 담대함과 침착함, 그 비결이 뭐야?
“저는 그냥 하던 대로 하는 건데…. 상현이 형이 저한테 약하니까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고요. 똑같아요. 데뷔 때부터. 학교 다닐 때부터 떨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앞서 말했지만 타석에 설 때마다 허를 찔린다, 찔려. 하하. 나도 타석에서 참 생각이 없기로 유명한 타자지만 어떻게 내 생각을 그렇게 잘 읽는 거야?
“(포수인) 신경현 선배가 사인 주시면 그 리드대로 가는 것뿐인걸요. 우리 팀 포수들이 잘 하는 거죠.”
야구장 밖에서는 개구쟁이 후배지만 마운드에 서면 지난해 MVP 김상현(KIA)조차 두려워하는 특급 투수. 류현진은 ‘왜 나를 상대로 그렇게 잘 던지느냐’는 김상현의 항의(?)에 “미안해요∼”라는 애교 섞인 사과를 남겼다. [스포츠동아 DB]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일 것 같아. 이제 5년차인데 내후년이면 해외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을 얻잖아. 물론 9년을 마치고 프리에이전트가 된 다음에 더 기회가 많을 수도 있지만. 해외 진출 생각은 어때? 만약 현진이가 해외에 진출하면 내 타율이 2푼은 올라갈 것 같아서 더 궁금해. 하하.
“가고 싶고요. (장난기 어린 말투로) 형 타율은 제가 가든 말든 똑같을 거 같은데. (잠깐 생각하더니 씩 웃으며) 하긴 3푼은 올라가겠다. 상현이 형의 타율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해외로 가겠습니다.(그러더니 뜬금없이 태균이 형이 보고 싶다. 다음 릴레이 인터뷰는 지바롯데 김태균 선수로 하면 안 되냐? 그럼 스포츠동아 기자 분들 일본 가셔야 되냐고 ‘집요하게’ 질문했다)”
-만약 현진이가 국내에 계속 남는다면 형 생각에는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투수 부문 모든 기록을 다시 쓸 수 있을 것 같아. 어떤 기록에 도전해 보고 싶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승리요! 올 시즌은 방어율을 낮추는 게 목표라고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래 던지고, 점수 조금 주면 승리는 따라오는 거 아니겠어요?”
-현진이는 항상 밝아서 보기가 참 좋아.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결하니?
“별로 스트레스를 안 받는 성격이에요. 안 좋은 기억 남았어도 하룻밤 지나면 바로 털어버려요. 야구 때문에 끙끙 앓고 고민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타고난 성격 같아요. 아무리 빅게임을 남겨두고 있어도 늘 잠도 잘 자요. 코 골면서. 끝나고 나서도 자고 일어나면 바로 잊어버려요. (씩 웃으며) 그래도 정 안 풀리면 술 마셔요.”
-누구나 다 인정하는 한국프로야구 최고 투수 류현진씨, 최고 신랑은 언제 될 거야? 아직 젊은 나이기 때문에 야구에 집중하고 있는 걸 잘 알지만 인생 계획을 어떻게 세우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질문 중 가장 오래 생각하더니) 스물여덟, 아홉쯤에 하고 싶고요. 왠지 그냥 그때쯤이 적당할 거 같아요. 지금이요? 여자친구가 있어야죠. 먼 훗날 얘기겠지만 선수를 그만두는 시절이 오면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투수코치요!”
정리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