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세팅’ 나이지리아戰 골 넣는 것도, 먹는 것도 세트플레이에 달렸다

입력 2010-06-2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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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엔 돌아오지 마라

그리스전 기선 잡았듯
위치 선정… 커버플레이…
세트피스 마지막 담금질

나이지리아 힘 뛰어나도
낮고 빠른공 처리 미숙
21일 남아공 더반의 프린세스마고고 경기장. 사상 첫 원정 16강을 노리는 태극전사들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나이지리아와의 최종전을 이틀 앞두고 결전의 땅에 입성했다. 마지막 담금질에 나선 대표팀이 가장 비중 있게 한 훈련은 세트 플레이. 가벼운 스트레칭과 공 뺏기 놀이로 몸을 푼 뒤 15분가량 자체 연습게임을 한 선수들은 나머지 시간 모두를 세트 플레이 훈련에 투자했다.


○ 세트 플레이에 웃고 울고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17일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에 1-4로 패한 뒤 “세트 플레이 수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게 결정적인 패인”이라고 말했다. 전반 상대 프리킥이 자책골로 이어지며 눈물을 삼킨 박주영(모나코)도 “세트 플레이 때 내가 실수해 팀이 어려움을 겪었다”며 아쉬워했다.

반면 12일 그리스전에선 세트 플레이 덕분에 웃었다. 장신 군단 그리스의 가장 위협적인 무기로 꼽혔던 세트 플레이를 뛰어난 위치 선정과 유기적인 커버 플레이로 무력화했다. 상대 코너킥 찬스에서 11번 가운데 10번, 프리킥 찬스에선 14번 가운데 10번을 먼저 걷어냈다. 전반 7분엔 이정수(가시마)가 코너킥을 골로 연결해 2-0 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결국 승부의 향방을 결정짓는 열쇠는 세트 플레이란 얘기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21일 훈련에서 선수들의 수비 위치까지 일일이 조정해주며 집중적으로 세트 플레이를 가다듬은 것도 이 때문.

허 감독은 가상의 세트 플레이 상황에서 공격과 수비에 걸쳐 다양한 실험을 거듭하며 최상의 카드 찾기에 고심했다. 훈련이 끝난 뒤엔 “세트 플레이는 경기 초반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표팀의 전담 키커 기성용(셀틱)도 “특히 긴장감이 큰 단기전에선 세트 플레이 하나로 승패가 좌우될 때가 많다”며 “정교하고 집중력 있는 킥으로 나이지리아전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 세트 플레이로 허점 노린다

23일 오전 3시 30분 더반의 모저스마비다 경기장에서 맞붙는 나이지리아의 세트 플레이는 어떨까.

대니 시투(볼턴·191cm), 조지프 요보(에버턴·188cm) 등으로 대표되는 수비수들은 체격이 좋고 힘도 뛰어나지만 세트 플레이 수비에는 약점을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 뒤로 돌아 들어가는 상대 선수를 자주 놓치고 낮고 빠른 공 처리에도 미숙하다. 아르헨티나전에서도 상대 코너킥 때 수비수 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를 놓쳐 헤딩골을 허용했다. 또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감정 기복이 심한 데다 몸싸움이 많고 거칠며 파울도 잦다. 태극전사들이 이 점을 이용하면 초반부터 의외로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도 있다.

세트 플레이 공격에선 흑인 특유의 탄력과 유연한 몸동작이 위협적이다. 공격수와 수비수를 가리지 않고 공을 맞히는 재주도 뛰어나다.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코너킥은 7번 가운데 4번, 프리킥은 13번 가운데 8번을 슈팅 등으로 연결하며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전담 키커가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 그나마 있었던 왼발 전문 키커 타예 타이워(마르세유)까지 부상으로 이탈하며 그 공백이 더 커졌다.

더반=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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