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야기]남북한만큼 문화 다른 佛-잉글랜드 ‘투지 실종’은 어찌 그리 닮았는지…

입력 2010-06-2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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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프랑스 축구계의 실상은 충격적이다.

니콜라 아넬카는 항명을 했다는 이유로 먼저 귀국길에 올랐고 선수들은 남아공과의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훈련을 거부했다. 프랑스는 결국 남아공에 1-2로 져 1무 2패로 16강에 못 올랐다.

프랑스 정부는 자신의 선수들을 ‘너무나 멍청하다’고 혹평하는 레몽 도메네크 감독이 이번 분란의 원인인데도 선수들을 비난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결승에서 ‘헤딩사건’으로 퇴장당한 경력이 있는 지네딘 지단도 “감독에게 대드는 건 선수로서 할 짓이 아니다”라고 했다. 아넬카는 하프타임 때 라커룸에서 감독을 ‘더러운 매춘부의 자식’이라고 욕했다. 이 때문에 그는 대표팀에서 퇴출됐고 그의 광고계약도 끝장났으니 공평하지 않은가.

프랑스 정부와 달리 국민들은 자국 축구협회를 비난한다. 도메네크 감독이 선수들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은 혈기 왕성한 선수들을 뽑아 따분한 지시에 복종하도록 만들었다. 도메네크 감독은 앙리의 손 덕분에 이번 월드컵까지 출전한 주제에 프랑스가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는 동안 티에리 앙리를 계속 벤치에 앉혀 놓았다. 물론 불량청소년처럼 행동한 선수들을 두둔하려는 건 아니지만 이로 인해 프랑스대표팀 내에선 시한폭탄이 재깍거리고 있었던 셈이다.

잉글랜드도 상황이 좋지 않다. 뉴욕에서 휴가 중인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우리 팀 선수인 웨인 루니가 너무 걱정돼 전화까지 걸었다”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말했다. 그는 잉글랜드 훈련캠프를 ‘디빌러테이팅(debilitating)’, 즉 사람을 쇠약하게 만드는 곳이라고 표현하면서 루니에게 ‘월드컵을 즐기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허정무 감독 주변에는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한국팀은 프랑스의 시각에선 자국의 선수들보다 훨씬 재능이 떨어지는 선수로 이뤄졌지만 공동의 대의를 위해 열심히 뛴다. 북한 라커룸조차도 프랑스보다 분위기가 나쁘진 않을 것이다.

잉글랜드대표팀의 문제는 엄격한 가톨릭 신자인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음주, 섹스, 노래 등 선수들이 긴장을 푸는 데 필요한 것들을 금지하는 데 있다. 또 잉글랜드의 슈퍼스타들은 ‘정신적인 지주’인 존 테리의 말만 따르며 ‘져도 그만 이겨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프랑스와 잉글랜드는 휴전선을 사이에 둔 한국과 북한의 격차만큼 문화가 다르지만 감독과 선수들이 너무 부자인 데다 의무에 대한 헌신이 너무 없는 점에선 비슷하다.

―남아공 블룸폰테인에서

랍 휴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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