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니, 뭐했니?…세계최고 리그서 최고면 뭐하나…

입력 2010-06-29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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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드-램퍼드-드로그바 등
프리미어리그 스타들 부진

치열한 클럽 경기 집중하느라
막상 최고무대선 컨디션 저하
1-2 상황에서 터진 프랭크 램퍼드(첼시)의 골이 인정됐다면 상황이 달라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27일 잉글랜드의 독일전 패배는 참혹했다. 주장 스티븐 제라드(리버풀)는 “두 번째 골의 오심이 경기에 영향은 미쳤지만 그게 1-4 대패의 핑계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언론과 팬들은 참았던 분노를 터뜨렸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독일 선수들이 춤추듯 그라운드를 누비는 동안 잉글랜드는 무방비 상태였다”고 평했다. 눈 나쁜 심판이 골 하나를 훔쳐가긴 했지만 그러지 않았더라도 맥없는 축구 종가는 승리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남아공 월드컵에 나선 잉글랜드 대표팀 23명은 모두 세계 최고 프로 리그라 불리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다. 잉글랜드로서는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이 이름값만 해줘도 걱정할 게 없었다.

문제는 선수들이 클럽에서만큼 뛰지 못했다는 데 있다. 스트라이커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사진)는 이번 월드컵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대회를 마감했다. 저돌적인 돌파와 감각적인 슈팅을 기대했던 팬들은 실망했다. 그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보여줬던 기량의 반도 보여주지 못했다. 루니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루니뿐 아니라 램퍼드, 제라드 등 최고 스타들이 월드컵에서 보인 움직임은 리그에서처럼 민첩하지 못했다.

루니의 팀 동료로 잉글랜드 수비의 핵인 리오 퍼디낸드는 월드컵 직전 부상으로 아예 나오지도 못했다. 퍼디낸드뿐만 아니라 독일의 미하엘 발라크, 가나의 마이클 에시엔(이상 첼시) 등 프리미어리그 소속의 각국 핵심 선수들은 개막 직전 부상을 당해 월드컵 참가가 좌절됐다. 리그 득점왕인 코트디부아르의 디디에 드로그바(첼시)는 부상에도 출전을 강행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가히 ‘프리미어리그의 저주’라 부를 만하다. 하지만 필연적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거친 프리미어리그는 8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진행된다. 선수들은 챔피언스리그 같은 유럽축구연맹 경기에도 나서야 한다. 클럽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FA컵이나 칼링컵에서도 거친 경기가 이어진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선수들이 정작 월드컵에서는 컨디션을 못 찾는 것이다.

때마침 유럽축구협회 관계자들은 ‘빅 리그의 명문 클럽들이 대표팀을 망친다’고 성토한 바 있다. 프리미어리그도 주범으로 지목됐음은 물론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 관계자는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자국 유망주를 육성하기보다는 외국의 비싼 선수를 사오는 데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월드컵이 끝난 후 프리미어리그는 개막할 것이고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이어질 것이다. 팬들의 환호는 여전하겠지만 누군가는 조금 씁쓸해할지도 모를 일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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