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베팅은 이변을 먹고 자란다

입력 2010-06-3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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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귀재’ 버핏은 월드컵 ‘프랑스 탈락’에 걸고… 우승확률 ‘빅10’ 중 4개국 짐싸고…

스포츠는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내기가 성행한다. 4년마다 열리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월드컵 축구는 그래서 스포츠 베팅의 최대 시장으로 꼽힌다. 이런 내기에 누가 참여하고 누가 돈을 딸까. 베팅의 경제적인 측면을 살펴봤다.


○ 프랑스 우승 못하는 데 베팅한 워런 버핏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버핏, 프랑스가 우승하지 못한다는 베팅에서 이겼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오마하의 현인’ ‘투자의 귀재’ 등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사진)은 투자를 결정할 때 매우 객관적이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그가 스포츠 베팅을 한 것일까. 사연은 이렇다. 버핏의 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는 대회가 열리기 전에 프랑스가 우승할 경우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을 판매했다. 프랑스가 우승할 경우 약 3000만 달러의 보험금을 지출하는 조건. 버핏 회장은 이 상품을 만듦으로서 프랑스가 우승하지 못한다는 데 베팅한 셈이고 결국 내기에서 이겨 큰 이득을 챙겼다.

이에 대해 아메리칸대의 제럴드 마틴 경제학 교수는 “월드컵에 출전하는 어느 팀이든 우승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에 확률의 관점에서 보면 프랑스가 우승하지 못하는 것에 베팅한 것은 안전하다”고 분석했다.


○ 스포츠 베팅 시장

버핏의 사례는 ‘스포츠 베팅 시장’이 직접 돈을 거는 시장만 있는 게 아니라 훨씬 광범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럽 최대 도매업체인 캐러포 SA는 월드컵 관련 판촉 행사를 하면서 평면TV를 구입한 고객들에게 프랑스가 우승하면 판매금액을 되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업체로선 프랑스가 우승할 경우에 대비해 위험을 분산하는 수단으로 버크셔해서웨이에 재보험을 들었다. 결국 버크셔헤서웨이의 보험 상품에 가입한 기업 고객들은 사실 프랑스가 우승하지 못한다는 데 베팅한 사람들인 셈이다.

월드컵의 직접 베팅 규모도 엄청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세계적으로 이뤄진 베팅 규모는 약 29억 달러. 스포츠 베팅 시장이 매년 10∼20%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남아공 월드컵은 최대 124억 달러(약 15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베팅 대상도 점점 세분화되는 추세. 국내에서 시행되는 스포츠토토는 경기 스코어나 우승 팀 맞히기 정도의 단순한 상품만 취급하지만 영국의 베팅 업체들은 우승 팀부터 조별리그 각 조 1위, 경기에서 골 넣을 선수, 코너킥 득점 여부, 대회 최다 득점 맞히기까지 종류만 수백 가지에 이른다.


○ ‘이변이 좋아’

스포츠베팅업체들은 자체 오즈메이커(확률을 분석하는 사람)를 두고 각 베팅 대상에 대한 배당률, 즉 확률을 공시하는데 이 배당률은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바뀐다.

광범위한 데이터를 이용해 내놓는 이들의 예측은 얼마나 정확할까. 대표적인 온라인 베팅 업체인 잉글랜드의 윌리엄힐이 대회 전 밝힌 우승 후보 상위 10개 팀 중 8강 이전에 탈락한 팀은 잉글랜드, 이탈리아, 프랑스, 코트디부아르 등 4개국이나 된다.

베팅 업체로선 이변이 많을수록 좋다. 사람들이 확률에 근거해 베팅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변이 거듭되면 베팅 업체가 거둬들이는 수익도 늘어난다. 잉글랜드가 16강에서 탈락하면서 윌리엄힐은 5000만 파운드(약 916억 원)를 벌었다고 밝혔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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