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뒤에 5000만 국민… 한국축구 나아갈 길 찾았다”

입력 2010-06-3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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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재 “자랑스러운 후배들과 함께 있어서 행복했다”
이정수 “수비수 해외경험 쌓았으면 실점 더 줄였을 것”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입구에는 휴대전화를 꺼내 든 축구 팬 수십 명이 선수단이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윽고 선수단을 태운 버스가 도착하자 여성 팬들은 ‘꺄악∼’ 하는 괴성으로 선수들을 맞았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성과를 낸 한국 선수단이 29일 금의환향했다. 5월 22일 일본과의 평가전을 치르기 위해 한국을 떠난 지 38일 만의 입국이었다. 한 달 남짓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국 축구는 또 자랐다.

이날 오후 6시경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선수단은 곧바로 롯데호텔로 이동해 해단식과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장을 차려입은 대표 선수들은 떠나기 전보다 더 당당해졌고 더 여유로워 보였다. 이들은 이후 서울광장에 마련된 환영 행사에 참석했다. 태극전사들의 남아공 원정기를 기자회견에서 나온 키워드로 구성해 봤다.


○ “선수들에 즐기면서 하자고 했다”(박지성)

선수단은 원정 16강 목표 달성 성과를 국민 성원에 돌렸다. 허정무 감독은 “밤잠 설치면서 성원을 보내준 국민 여러분과 붉은악마를 비롯한 팬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청용은 “많은 것을 얻었고 소중한 경험을 했다”며 “우리 뒤에 국민이 있었다는 걸 실감했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의 세 번째 월드컵에 주장으로 참가한 박지성은 감회가 남달랐다. 그는 “2002년에는 막내였고 외국이 아닌 한국이어서 월드컵의 중요성을 잘 모르고 선배들이 시키는 대로 앞만 보고 달렸다. 이후엔 월드컵이 얼마나 대단한 대회인지를 알게 됐고 이번 대회엔 정신적, 육체적으로 2002년보다 훨씬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 특별히 한 말은 없다. 즐기면서 하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 “후배들 안아준 노장선수들 모습에 감동”(정해성 코치)

해단식 자리엔 이동국 안정환 이운재처럼 ‘베스트 11’에 못 낀 노장 선수들도 함께했다. 선수단은 이들의 존재를 잊지 않았다.

정해성 코치는 “이번 대회에서 기회를 잡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이들도 사람이라 감정이 없을 수 없는데 그라운드에서 뛴 후배들의 등을 두드리고 안아주는 모습에 정말 감동했다. 이 선수들이 힘이 돼줬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성룡에게 밀려 이번 대회에서 1분도 뛰지 못했던 이운재는 “대표로는 마지막 월드컵이라 생각했고 각오도 있었다. 출전하지 못해도 내가 대표팀에서 해야 할 역할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틈틈이 경험을 후배들에게 말해줬다. 선수들과 그 운동장에 함께 있다는 자체가 행복했다”고 말했다.

안정환도 “한국 축구의 가장 실력 있는 선수들과 함께 생활해 행복했다. 후배들에게 좀 더 잘하고 좀 더 좋은 파트너가 됐어야 하는데 그게 좀 아쉽다”고 말했다.


○ “나이지리아전 실수 국민께 죄송”(김남일)

허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 축구가 세계 수준이며 강호들과 겨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렇지만 (강팀을) 앞서지는 못하고 있다. 한 단계 더 올라서려면 기술 축구가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세밀한 기술을 습득해야 앞으로 한국 축구가 이번 대회 성과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수비수로 두 골을 넣은 이정수는 “일찍 해외 경험을 한 선수들이 역시 잘하더라. 나도 일찍 그런 경험을 쌓았으면 이번 대회에서 수비수들이 실점을 더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서울광장에 마련된 환영행사에서 “김남일 선수가 이 자리에 나오지 못했는데 나이지리아전에서 실수해서 죄송했다고 국민 여러분께 꼭 전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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