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감독. 스포츠동아 DB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K리그 컵 대회 8강전은 ‘현대가 대결’이란 점을 차치하고도 흥밋거리가 많았다.
이날 화두는 ‘포스트 허정무’ 유력 후보로 언급되는 전북 최강희 감독과 울산 김호곤 감독의 벤치 대결이었다.
반응은 엇갈렸다. 최 감독은 “(불러줘도) 가는 일은 결코 없다”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체질상 프로 사령탑이 자신과 좀 더 맞는다는 판단이다.
“코엘류 전 감독과 함께 대표팀을 이끌었을 때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라. 난 항상 선수들과 함께하며 서로 부대끼고, 만들어가는 쪽에 관심이 많다. 우리 선수들도 날 믿고, 남아있는데 어떻게 이들을 놓고 떠나겠느냐.”
김 감독은 여운을 남겼다.
“제 능력을 주변에서 높이 평가해주니 감사하다. 시즌 중인데다 팀에 속한 입장에서 ‘간다, 안 간다’를 무책임하게 내뱉을 수 없다. 아직 축구협회가 의사를 타진해오거나 전화를 걸어온 적은 없다.”
경기 전 스타팅 라인업이 발표됐을 때 분위기도 조금 묘했다.
전북은 이동국, 최태욱, 로브렉, 루이스 등 주력들을 거의 뺀 2군에 가까운 라인업. 반면 울산은 올 여름 새로 영입한 노병준을 선발로 세우는 등 주전 대부분을 투입했다.
최 감독은 “오늘은 그간 팀을 위해 묵묵히 희생해준 식구들에 대한 보답”이라며 느긋한 표정을 지었지만 김 감독은 “상대가 2진이 나올 때가 더 매섭다. 의외의 멤버들이 나와 훨씬 갑갑하다. 부상 우려도 있다”고 걱정스러워했다.
김 감독의 이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킥오프 7분 만에 올해 입단한 전북 김지웅이 자신의 1군 데뷔 무대인 이날 선취 골을 뽑은데 이어 33분 김승용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했고, 전반 종료 직전에는 울산 수비수 유경렬이 퇴장당했으니 전북이 이래저래 판정승한 셈이다.
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